• 日本이 군사대국화를 서두는 이유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존만으로는 부족하게 되었다. 


    김성만/코나스

  • 최근 들어 일본의 보통국가화·군사대국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본의 핵무장, 집단자위권 행사, 평화헌법 개정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집권 여당과 야당이 이를 추진하고 있어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의회는 2012년 6월 20일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의 부칙을 통해 ‘핵의 군사적 이용’을 향한 길을 열었다. 집권 민주당과 야당(자민당·공민당)은 이날 부칙 12조에서 원자력 연구와 이용의 평화적 목적을 규정한 상위법 격인 원자력기본법 2조의 내용에‘원자력 이용의 안전 확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및 재산의 보호, 환경보전과 함께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일본은 다량의 핵물질과 핵무기 개발기술을 갖추고 있어 단 기간 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한편 일본 의회는 우주항공연구개발 기구(JAXA)의 활동을 ‘평화 목적’으로 한정한 규정을 삭제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설치법 개정안도 통과시켜 우주 활동의 군사적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

    2012년 7월 5일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총리 지시로 일본의 중장기 비전을 검토해온 정부 분과위원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안전보장 면에서“더욱 능동적인 평화주의를 견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가 제3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직접 공격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제3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리고 2012년 7월 6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 1위에 꼽히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시장이 이끄는 오사카 유신회는 7월 5일 헌법 9조(전쟁 포기를 규정한 조항) 개정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시모토 시장은 일본 핵무장 등을 주장하는 극우 보수정치인이다.

    오사카 유신회는 이날 발표한 차기 총선 공약인‘유신 8책(維新八策)’에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제9조 개정 여부를 국민투표로 물어야 한다고 명기했다. 제1야당인 자민당은 2012년 4월 ‘국기 국가의 존중 및 자위권의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칭하는 개헌 초안을 발표했다. 자위권과 군대 보유를 주장하는 이른바 보통국가화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다.

  • 주변국의 반응?

    우리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지난 6월 29일 한일 정보보호협정 공식서명 수 시간 전에 국내 사정 때문에 취소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외교부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7월 6일 정례 브리핑에서“역사적 이유로 일본의 헌법 수정 움직임은 줄곧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 대상이었다. 평화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이 일본 자신의 이익에 유리할 뿐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발전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 움직임에 대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7월 5일(현지 시간) 이번 사안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받자 “그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에 문의해보라”고만 답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내심 바라는 미국은 이번 건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일본이 왜 이렇게 하고 있는가?

    국내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동북아의 안보상황이 위기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은 중국과 한반도로부터 동시에 위협을 받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섬나라로서 주변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군사위협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바다를 통해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생존 차원에서 대비를 하는 것이다.

    중국은 강화된 해군력을 바탕으로 일본을 포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일본열도-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연결하는 이내 해역에 대한 해상우세권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유권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금년 중에 중국항모가 실전 배치되면 위협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장, 중·장거리 탄도탄 배치, 잠수함정 증강으로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존만으로는 부족하게 되었다. 북한이 잠수함정을 이용하여 소형 전술핵무기를 운반할 경우 은밀하게 일본을 공격할 수 있다. 김정일 사망(2011.12)이후 북한 급변사태 발생가능성도 높아졌다. 대량살상무기(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 등) 통제 불능 상황과 대규모 난민의 일본열도 유입도 걱정해야 한다.

    더구나 한국이 2015년 12월에 한미(韓美)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한다. 한미연합사는 한미군사동맹의 핵심이고 전쟁억제력이다. 한국군과 미군이 유사시 연합작전을 하기 위해 만든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전 재발도 우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오랫동안 갈망해오던 일미(日美)연합군사령부 창설을 미국에 요구하기 위해서는 집단자위권 행사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konas)

    김성만 (예비역해군중장. 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