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쿠바는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다. 오랜 독재정권, 실패한 경제, 만연한 부정부패, 인권유린 등 많은 공통점이 있다.

    쿠바는 1960년 북한과 수교한 이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작년 12월 김정일이 죽었을 때 3일간의 애도기간을 설정하여 모든 관공서와 군부대가 쿠바 국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또 UN총회에서 쿠바대표는 북한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결의안 채택에 반대표를 던졌다.

    쿠바內 국제적 파워블로거 ‘요아니 산체스’, 金氏왕조를 ‘축소판 지옥’으로 비판

    이런 쿠바의 요아니 산체스(女)는 국제적인 파워 블로거이다. 월평균 접속 140만건, 포스트 당 댓글 1,000여건(2011년 기준)에 달하는 그녀의 블로그 <Generacion Y>(Y세대, www.desdecuba.com)는 쿠바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전 세계 네티즌들이 쿠바 사회의 문제점과 주민들의 생활상을 전하는 그녀의 글을 자발적으로 20여개 국어로 번역·전파하고 있다.

    쿠바 反체제 인사의 대명사가 된 요아니 산체스는 이러한 전 세계 네티즌들의 도움에 힘입어 2008년 미국 Time지가 선정한 ‘세계 영향력 인사 100인’과 2010년 국제언론인협회가 선정한 ‘세계 언론자유 영웅’의 영예를 안았다. 금년에는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추천됐다.

    요아니 산체스는 김정은 체제가 출범하자 金氏왕조의 3대 세습을 신랄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모든게 획일적인 북한을 ‘축소판 지옥’이라고 규정하고, 金氏왕조체제하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주장했다.또 쿠바의 권력이 북한처럼 대통령의 아들 ‘알레한드로 에스핀’에게 세습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 쿠바 당국을 긴장시켰다.

    그녀는 지금 쿠바에 살면서 그나마 안도감을 얻는 것은 이곳이 3대 세습·전제왕조인 북한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북한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한 그녀의 비판을 접한 다수의 쿠바인들은 댓글과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쿠바체제는 북한과 다르기에 쿠바는 북한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며 쿠바의 상황을 긍적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녀가 지적한 쿠바의 ‘북한 따라하기’에는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요하니 산체스 블로그 글 중 한 편을 번역, 소개한다.

    - 블로그 중 ‘My Fears' (2011.12.20 포스팅, 원문은 스페인어로 작성) -

  •                                                 Kim Jong-Un         Alejandro Castro Espin

    차 한 대 지나지 않는 대로에서 한 남자가 혼자 쓸쓸히 낙엽을 쓸고 있다. 그는 고개를 숙인채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맨과의 대화를 피한다. 아마도 모임에서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지 않았거나 당 간부들에게 과장된 존경심을 표현하며 인사를 하지 않았기에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 장면은 또 다른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괴로운 고백을 하자면 똑같은 옷을 입은 주민들, 하나같이 특색 없는 회색 건물들, 그리고 사방에 있는 김일성 동상들을 보자니 ‘축소판 지옥’에 들어와 있는 듯 하며 적어도 金氏왕조체제하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1986년 3월 ‘피델 카스트로’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환영인파는 거의 100만명에 달했으며, 수천 명의 어린이들은 믿기지 않을 만큼 일사불란하게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쿠바 방송은 북한 어린이들의 완벽한 합창,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무용, 그리고 놀랍도록 능숙하고 기교적인 합주를 선보이는 바이올린 공연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국빈방문 몇 달 후, 쿠바 초등학교들은 학생 예술 공연무대에서 이러한 북한의 기계적인 훈련을 따라 하고자 하였지만 될 턱이 없었다. 내 옆 여자애는 내 공이 땅에 떨어진 후 늦게서야 공을 던졌고 매 공연 후에는 아이들의 벗겨진 신발이 무대 위에 나뒹굴기 일쑤였다. 최고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는 자신이 김일성 앞에서 보았던 북한주민 모습과 너무나 다른 자기 국민들의 무질서한 행동에 실망했을 것이다.

    2011.12.19 월요일 길거리를 가득 매운채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천명의 북한 주민들을 보니 완벽하게 길들여진 아이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우리의 실험이 북한 주민들처럼 우리를 길들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북한 모델을 확실히 따라 배운 것이 있다. 바로 핏줄이 투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며 북한과 쿠바에는 지난 53년간 같은 성씨를 가진 오직 두 명의 최고 지도자만 있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황태자는 김정은이다. 아마도 곧 북한인들은 우리 쿠바인들에게 “당신들의 황태자는 ‘알레한드로 카스트로 에스핀’이 될거야”라고 말해줄 것이다. 단지 그 생각만으로도 그 옛날 긴 대열의 북한 소녀들이 일사불란하게 공을 던지는 걸 보았을 때 그랬던 것처럼, 몸서리가 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