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을 ‘임대주택’으로…박 후보 전․월세 공약에 포함임기 내 공공임대주택 6만 호 확보…대학 주변에 ‘공공 원룸텔’ 짓는다?
  • 범좌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세곡동 지구 등에 만들어질 ‘보금자리 주택’도 공공임대아파트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박 후보의 ‘10대 희망공약’ 중 전월세 대책에 포함돼 있다. 노원구만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20일 <MBC>에서 있었던 서울시장 재보선 후보 토론회에서 박원순 후보가 발언한 내용을 놓고 노원구가 발칵 뒤집혔다. 당시 박 후보가 ‘토건사업에 반대한다’며 재건축 연한 축소 반대 등을 주장하며 노원구를 그 사례로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재건축 연한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원구청장 측은 즉각 ‘우리는 박 후보에게 관련 공문서를 보내준 적이 없다’고 부정하고 나서면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동부간선도로 확장 및 지하화' 계획. 항상 정체구간인 동부간선도로가 확장되고 지하화되면 노원구 주민들은 물론 도봉구, 성북구, 중랑구 주민들도 혜택을 입는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동부간선도로 확장 및 지하화' 계획. 항상 정체구간인 동부간선도로가 확장되고 지하화되면 노원구 주민들은 물론 도봉구, 성북구, 중랑구 주민들도 혜택을 입는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노원구 주민들은 또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박 후보의 발언에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우리는 영영 거지로 살란 말이냐’며 박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원순 후보의 부동산 공약 살펴보니

    혹시 박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제대로 못 외워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하고 그의 ‘10대 희망공약’을 살폈다. 박 후보의 공약 중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박 후보는 ‘전․월세 대책’으로 ‘국토해양부 및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의하여 분양형 보금자리주택을 중소형 장기전세형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서민․중산층에게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다른 지자체와 연계해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도입하도록 정부․국회와 협의하고, 저소득층과 대학생을 위해 도심의 다세대 주택을 매입․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기 대책으로는 민간 전․월세 임대주택을 ‘장기 저임대료의 공공지원형 민간 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전세보증센터’를 지자체에 설치하며, 정부와 협의해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 등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박 후보는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며 ‘소형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22만호를 확보하고 임기 중에 6만 호를 추가공급한다’는 공약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공 원룸텔 정책’은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 ▲ 박 후보는 정부 등과 협의해 '분양형 보금자리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돌리겠다고 약속했다.
    ▲ 박 후보는 정부 등과 협의해 '분양형 보금자리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돌리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 측은 ‘오세훈 시장의 시프트 정책을 개선해 서민 중산층용 중소형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박 후보는 ‘중대형 공공 아파트 공급은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근거는 ‘UN 권고안’.

    박 후보, 서울을 ‘원룸텔 도시’ 만들려나

    박 후보 측은 공약에서 “현재 소형과 중형, 대형을 구별하는 기준인 전용면적 60㎡(18.1평)과 전용면적 85㎡(25.7평)는 1972년 舊주택건설촉진법 제정 시 도입된 국민주택규모의 기준”이라며 “UN이 권고한 주거기준이 3인 기준 51㎡라는 점과 현재 서울시 가구의 46.7%가 1인 또는 2인 점을 감안해 ‘시민주택규모’ 개념을 새로이 도입해서 소형과 중형을 구분하는 전용면적을 각각 50㎡(15.1평)와 70㎡(21.2평)으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이에 따라 공공주택 건설 시 중대형 주택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가 내놓은 대안은 도심의 노후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과 기존의 공공용지와 대학 부지에 ‘안전하고 편리한 공공원룸텔’을 건설,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희망하우징’이라는 이름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내용은 또 있다. 민간인들이 주인인 전․월세 임대주택을 ‘민간 안심주택’이라는 이름의 장기 저임대료 ‘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또’ 정부와 협의해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 등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 ▲ 박 후보의 부동산 대책 핵심은 '공공임대주택 확대'다. 그 이상은 찾을 수 없었다.
    ▲ 박 후보의 부동산 대책 핵심은 '공공임대주택 확대'다. 그 이상은 찾을 수 없었다.

    ‘임차인조합 주택’이라는 새로운 주택공급방식을 만들겠다고 한다. 각 구마다 ‘주거복지지원센터’도 설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다.

    재개발, 재건축, 그리고 리모델링

    박 후보는 지난 20일 나 후보와의 토론에서 ‘토건 사업 반대’ ‘재개발, 재건축 반대’를 외쳤다. 이 와중에 나 후보가 ‘재개발이 아니라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지만 박 후보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듯 했다.

    한 변호사는 지난 20일 TV토론회를 보며 “박 후보가 혹시 재건축과 재개발, 리모델링에 대해 별 생각도 관심도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서울 ‘뉴타운 사업’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섞여 있다. 재개발은 ‘도시재개발법’에 근거, 주거환경이 낙후된 지역에 도로,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새로 정비하고 주택을 신축하는 공공사업이다. 때문에 재개발의 경우 세입자나 원거주자들에게 공공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거나 입주 자격이 없는 세입자에게는 3개월 치의 주거 대책비를 지급한다.

    반면 재건축은 ‘주택건설촉진법’에 정해진 기준(현행 40년)에 따라 건물 소유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낡은 주택을 헐고 새로 집을 짓는 것이다. 세입자에 대한 대책도 당사자 간의 임대차 계약에 따라 개별적으로 처리한다. 다만 재건축 과정에서 용적율과 건폐율 등에 따라 더 높이 지을 수도 있어 ‘분양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조합원 간에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 ▲ 2009년 리모델링을 한 서울 서초구 예가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은 집주인들이 비용을 100% 부담한다.
    ▲ 2009년 리모델링을 한 서울 서초구 예가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은 집주인들이 비용을 100% 부담한다.

    노원구의 경우는 일반적인 재건축과 다르다. 80년대 당시 생활을 기준으로 지은 건물이 많아 생활하기가 불편하다. 그럼에도 재건축 연한이 최근 지은 주택을 기준으로 40년으로 묶이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리모델링은 기존의 주택에 허용된 면적 내에서 노후된 부분을 고쳐 새로운 건물처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원 소유주나 입주자들이 밖으로 쫓겨나는 일도 드물고 대형 토건사업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이런 리모델링을 많이 하겠다는 말은 박 후보 측 공약에도 들어있다. 하지만 박 후보는 TV토론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리모델링에 대해서조차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박원순 후보 공약 중 확실한 것 ‘센터 설치’

    박 후보 측의 부동산 공약을 현실적으로 살펴볼 경우 우선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도움이 없으면 최소한 1~2만 호의 ‘임대주택 보급’이 물 건너가게 된다. 또한 민간 임대인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대학생이나 서민에게 보급하겠다는 ‘민간 안심주택’ 등 장기임대주택도 마련할 수 없다. 다른 지자체와 협조가 안 되면 ‘전월세 상한제도’도 마련할 수 없다.

    박 후보 측이 공급하겠다는 ‘안전하고 편리한 공공원룸텔’이라는 것도 ‘원룸텔’이라는 곳에 몇 달 이상 살아본 사람이라면 웃음이 나올 것이다. 원룸텔 자체가 과거의 ‘벌집’이나 ‘쪽방’을 현대적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만약 원룸텔이 30㎡가 넘는다면 이는 대학가나 서울 중심가에 있는 ‘괜찮은 소형 오피스텔’ 수준이다. 이런 ‘원룸텔’을 지을 대학가 주변의 땅값은 누가 댈 것인가도 해결과제다.

    이런 부분과 달리 박 후보 측의 부동산 공약 중 실현 가능성이 100%에 가까운 부분도 있다. 바로 전세보증센터와 주거복지지원센터가 각 지자체마다 생긴다는 점이다. 이 ‘센터’들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나 후보 측에서는 박 후보에게 ‘센터 만들어 자리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고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