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흡연율이 높아 COPD에 걸릴 위험도가 높습니다. 최소한 영국 수준의 유병률이 예상됩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불리는 COPD는 전 세계적으로 10초에 1명이 사망하는 염증성 폐질환으로, 국내 사망원인 7위에 올라 있다.

    이 질환은 해로운 입자나 가스(주로 흡연)의 흡입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때 생긴 염증으로 기도가 좁아지다가 결국 서서히 폐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한국서 열리는 COPD 연구회 참석차 방한한 영국 리버풀대학교 호흡기·재활의학과 피터 칼버리(Peter Calverley)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COPD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칼버리 교수는 전 세계 COPD 치료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예방활동을 담당하는 기구인 'GOLD(Global Initiative for chronic Obstructive Lung Disease)'에서 12년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그는 "영국에서는 40세 이상 성인 기준 유병률이 6~7%에 달하고, 연간 25만명 정도가 사망한다"면서 "한국의 현재 흡연율과 대기오염 정도, 기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영국 정도의 환자 발생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이 영국 못지않게 공기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은 COPD 예방에 긍정적 측면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칼버리 교수는 겨울철 '증상 악화'를 막으려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기서 증상악화란 호흡곤란과 기침, 객담 등의 증세를 보이면서 폐기능 감소와 사망위험 증가 등이 관찰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는 "겨울철이 되면 감기 바이러스 감염이 흔해지다 보니 환자의 증상 악화가 더 빈발한다"면서 "더욱이 실내에 모여 있다가 보면 환기가 제대로 안 돼 내부 감염의 우려가 크고, 온도 자체가 낮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증상 악화는 환자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건강상태를 더욱 나쁘게 해 질병의 진행을 가속화하고 환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면서 "또 COPD 환자의 신체적 기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줘 외부활동 시간이 빠르게 줄고 바깥출입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칼버리 교수는 COPD 환자에게 당뇨병과 골다공증, 심장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최신 연구결과도 공개했다.

    그는 "COPD 환자는 호흡이 가쁘다 보니 경증인 경우도 운동을 게을리하고, 이 때문에 체중이 늘면서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폐의 염증에서 비롯된 폐손상은 단순히 폐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뼈와 혈관에도 영향을 미쳐 당뇨병과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칼버리 교수는 금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COPD 유발에 담배연기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이 밖에도 간접흡연과 매연, 실외에서 노출되는 다양한 환경적 원인, 가족력도 COPD의 주요 유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루 한번 복용하는 선택적 'PDE4(phosphodiesterase 4)' 억제제로 최근 시장에 출시돼 주목받고 있는 COPD 약물 '닥사스(성분명 로플루밀라스트)'의 효용성도 언급했다.

    칼버리 교수는 "닥사스는 COPD의 원인이 되는 특정 염증만을 타깃으로 하는 독특한 작용 메커니즘으로 COPD의 '악화'를 감소시키고 폐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뛰어나다"면서 "일부 환자에게서 설사와 투통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