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도수의 돋보기 쓰다간 오히려 노안 촉진돋보기 사용 중 시력변화 있으면 백내장 의심해야
  • 보통 '노안(老眼)' 진단을 받는 순간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노안은 수정체의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눈의 장애현상이다.

    노안이 오면 휴대전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도 손을 쭉 뻗어 멀리 놓는 일이 많아지고, 바느질이나 손톱깎기 등의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노안은 대부분 40대 이후 시작돼 60대까지 진행된다. 현재 노화를 방지하는 약이 없는 것처럼 노안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노안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돋보기 안경'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돋보기 안경의 착용은 오히려 노안을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

    안과전문 누네안과병원은 대구 달서구노인문화대학, 홀트대구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50대 이상 292명을 대상으로 돋보기 안경 착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돋보기 안경을 착용한 216명(74%) 가운데 55%(118명)가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받지 않은 채 기성 제품을 구입해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8일 밝혔다.

    돋보기 안경의 적정 가격으로는 '2만원 이하'가 60%(130명)로 상당수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안과 전문의들은 돋보기 안경을 맞출 때 안과에서 정확한 검진을 통해 굴절각 이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 다음 굴절력과 조절력의 정도에 따라 돋보기 안경을 처방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누네안과병원 홍영재 원장은 "이외에도 두 눈의 시력 차이,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검은 동자 사이의 거리, 난시축이 고려된 렌즈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성 돋보기는 도수가 +1.0D(디옵터), +2.0D, +3.0D로 정해져 있고 양쪽 렌즈의 도수가 같은데다, 굴절력과 조절력도 조절할 수 없어 개인 눈 시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력 저하, 침침함, 안구 건조 등의 증세를 단순 노안이라 생각해 방치하다 백내장이나 실명 질환의 치료 시기를 놓칠 우려도 있다. 노안이 진행되면서 시력 변화가 올 수도 있지만, 백내장이나 녹내장, 황반변성 등의 실명 질환의 초기 자각 증상도 시력 변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홍 원장은 "노안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남아 있는 조절력을 고려하지 않은 돋보기 안경은 수정체의 조절작용을 제한해 노안의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면서 "잘 보인다는 이유로 무작정 눈에 맞지 않는 높은 도수의 기성 돋보기를 사용하다 보면 오히려 노안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