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공관보다 큰 수준…`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 "검이불루 화이불치(檢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김부식이 위례성에 새로 지은 궁을 보고 남긴 말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이 구절을 기본 방향으로 내세운 행림건축사사무소의 설계안 '이음'은 행정안전부 청사관리소가 지난달 실시한 총리공관 국제설계 공모에서 1등으로 뽑혔다.

    심사위원들은 '이음'이 권위적이지 않고 주변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이라는데 높은 점수를 줬다.
    기존 지형을 활용하는데 주안을 두고 작고 단순한 건물을 소담스럽게 배치한 뒤 건물 사이에 마당을 만들어 서로 이어지도록 한 것을 놓고 외부 공간이 풍요롭고 품격있게 보인다는 평을 했다.

    기와 지붕을 쓰는 방식으로 노골적으로 전통을 강조하는 대신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공간 활용이나 마감 처리 등에 우리의 건축 문화를 녹여넣은 점도 호평을 얻었다.

    설계를 총괄한 윤재석 행림 상무는 "앞마당을 두어 바깥을 조망하고 안쪽에는 건물에 둘러싸인 마당을 두는 우리 전통적 건축방식을 반영했으며 연회장 벽에 와당무늬를 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세종시 총리공관은 충남 연기군 남면 진의리 중앙행정기관 인근 산 아래 부지 2만㎡에 총면적 3천43㎡ 규모로 건립된다.

    지하 1층, 지상 2층 높이의 나지막한 건물들이 앞뒤로 나란히 서있는 모양이다.

    도입부에 경비대와 연회장·업무동이 들어서고 총리의 사적 공간인 주거동은 안쪽에 고즈넉하게 자리잡는다.

    주거동은 287㎡ 크기이고 업무·연회동은 연회장 2개(219㎡, 112㎡)와 접견실, 집무실, 부속 사무실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삼청동 공관(부지 면적 1만5천14㎡, 총면적 2천257㎡) 보다 다소 큰 수준이다.

    건물 사이마다 공간을 마당으로 만들어 연회장 앞에는 진입마당을, 뒷부분에는 연못을 조성하고 업무시설 앞과 뒤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넓은 뜰인 청송마당과 직원들이 쉬는 느티휴게마당을 두었다. 주거시설 뒷 편 산 아래에는 후원과 정자, 산책로가 만들어진다.

    부지 곳곳에는 청렴과 신의의 상징인 백송을 포함해 대나무, 치자나무, 소나무 ,배롱나무, 작약, 단풍나무, 연꽃, 수양벚나무, 억새 등을 심는다.

    또 에너지 절약을 위해 빗물을 받아 재사용하고 지열을 건물 냉난방에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심사는 김영대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와 김진균 서울대 건축과 명예교수, 박승홍 디엠피 대표, 배병길 도시건축연구소 대표,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유행을 타지 않고 품격있는 마감재료를 찾아 사용하며 우리 전통성을 더욱 살리라고 주문했다.

    세종시 총리 공관은 그 규모나 상징성 때문에 많은 건축가들이 탐내는 사업이다. 이번 공모에 출품된 작품 수도 23점으로 일반 공모에 비해 배 이상 많았다.

    총리공관 건립에는 부지 매입비 138억원과 공사비 178억원이 들어간다. 설계비는 7억2천만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실제 공사비는 평당 약 1천260만원선으로 예상되며 여기에 토목 공사와 조경, 보안시설 설치 비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으므로 많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총리공관은 앞으로 실시 설계(8월), 시공사 선정(10월)을 거쳐 내년 11월에 준공하게 된다. 총리실은 앞서 내년 4월에 준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