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기념사업 박차, 경기도 '상표권 침해'
  • 서울시교육청이 갑자기 시작한 백남준 선생 기념사업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청 본연의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데다, 이미 경기도가 용인에 백남준 아트센터를 설립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을 벌였다는 것이 이유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KBS와 함께 26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정신을 기리는 '백남준 기념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이들 기관은 미국 뉴욕과 독일, 한국 등 백남준의 활동 무대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기념관 건립과 미래 미디어 분야 학술대회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념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특히 경기고 옛터인 서울시 종로구 정독도서관 부지에 기념관 건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고는 백남준의 모교다.

  • ▲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교육청, KBS는 26일 서울시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에서 세계적 예술가이자 정보화시대 선각자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정신을 기리는 '백남준 기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곽노현(왼쪽부터) 서울시 교육감, 김인규 KBS 사장,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교육청, KBS는 26일 서울시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에서 세계적 예술가이자 정보화시대 선각자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정신을 기리는 '백남준 기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곽노현(왼쪽부터) 서울시 교육감, 김인규 KBS 사장,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뜬금없이 서울시교육청이 이 사업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미 백남준 아트센터를 개장한 경기도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백남준아트센터를 운영중인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백남준아트센터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이고, 대구의 모 교수와 진행중인 상표권 소송이 마무리되면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KBS-문광부 등이 기념관을 건립한다면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남준선생의 장조카로 작품 저작권의 상속자인 켄 백 하쿠다씨와 협약을 맺어 백남준아트센터만이 국내에서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념관 건립에 대한 협약을 맺었던 서울시교육청은 화들짝 놀랐다.

    시교육청은 26일 이에 대해 해명자료까지 준비했지만, 결국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핑계만 됐다.

    문광부 관계자도 "KBS-서울시교육청과 협약을 맺었지만 기념관 건립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경기도립박물관 인근에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5605㎡ 규모로 건립된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선생이 40여년간의 작품활동을 통해 남긴 '삼원소', 'TV물고기', 'TV시계', '로봇 456' 등 작품 241점과 비디오 아카이브(비디오작업 테이프.필름 등) 2285점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