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학생인권조례 시행 후 교사 반응 설문 교총 조사결과 ‘부정적 입장 다수’전교조 조사에서는 ‘긍정 답변, 과반수 넘어’
  • 교총, 전교조 소속단체 회원(조합원) 대상 설문…“현장 갈등 부추긴다” 우려도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체벌을 금지한 후 학교현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대표적인 교원단체 두 곳의 설문조사결과가 전혀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거의 같은 시기, 체벌 전면금지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이후 학교현장 설문결과를 같은 날 공개했다. 그러나 서로 소속 단체 회원(교총) 및 조합원(전교조)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이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두 단체의 상반된 조사결과가 교육현장의 문제를 개선하는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학교현장의 갈등을 부추기는 역기능이 더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총 설문, 교사 10명 중 8명은 문제학생 지도 기피…‘욕설들었다’ 43.8%

    전국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20일 체벌금지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사 10명 중 8명이 문제학생 지도를 기피하고, 10명 중 4명은 생활지도 과정에서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듣는 등 교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총의 이번 조사는 4월 1일부터 17일까지 서울과 경기지역 초중고 교사66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교총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절차(벌점제, 학교폭력대책자치위 등)’에 맞춰 기계적으로 생활지도를 하거나(42%) ‘학생․학부모의 부당행위 등이 늘어 가능하면 갈등상황을 만들지 않는다(32.8%)’는 응답이 높게 나와, 교사들이 문제해결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4.8%는 교사의 학생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답했고, 학교질서 및 사제간의 순기능적 관계가 무너졌다는 답도 37.2%를 기록했다.

    또 교사들은 체벌 전면금지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 후 학생생활지도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적절한 지도방법 부재(59.2%) ▲교사들의 갈등상황 기피(23.8%), ▲문제학생에 대한 강제 전학 및 학부모 소환권 등 강력한 제재수단 부재(12.6%) ▲벌점제로 인한 서열화 등을 들었다.

    반면 체벌금지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학생, 학부모, 교사간 상담활동이 활발해지거나 (5.2%) 학생들의 학교생활만족도가 증가했다는(1.9%) 긍정적 답변을 한 비율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교과부의 간접체벌 허용 방침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과반수(51.0%)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고 답했다. 그러나 진보교육감들의 간접체벌 거부 움직임에는 ‘상위법 우선원칙을 무시한 준법의무 위반(49.3%)’, ‘인기영합주의적 선택(30.3%)’이란 답변이 79.6%를 차지했다.

    다만 ‘시도교육수장으로서 교육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운영행위(10.6%)’, ‘학생인권보호를 위한 교육적 선택(5.2%)’이란 답변도 15.8%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교총의 조사결과만 놓고 보면 체벌금지 및 학생인권조례 시행에 대한 교단의 분위기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교조, 57.2% ‘체벌금지 후에도 학생지도 어려워지지 않아’…간접체벌 반대 ‘과반수’ 넘어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전교조의 조사결과는 딴판이었다.

    교총조사와 거의 같은 시기인 4월 6일부터 12일 사이, 서울 및 경기지역 초중고 교원 5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57.2%는 체벌금지 후에도 학생지도가 더 어려워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41.2%였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후 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인권조례 시행으로 학생지도가 더 힘들어졌다는 응답은 37.3%에 그친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56.8%를 기록했다.

    간접체벌 허용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과반수가 넘는 58.1%가 반대해 교총 조사결과가 대조를 보였다.

    또 응답자의 89.4%는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시행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했으며, 학생인권 존중이 교사의 권리 및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88.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체벌이 학생의 반성을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응답은 14.7%에 불과했다.

    이같은 상반된 조사결과가 나온 이유는 두 단체가 소속단체 회원(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설문조사의 기초인 표본선정에 있어 객관성을 확보하지 않아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교총은 서울, 경기지역 교총 회원에게 이메일로 설문을 실시했으며 전교조의 경우도 응답자의 75%가 소속 조합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