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대교협 “대학자율” 사실상 손 놔대학들 “가맹점 수수료 부담 너무 커”시민단체 “정부, 대학 의지부족”…등록금 분할납부, 기간 연장해야
  • ‘비싼 등록금’이 보편화되면서 등록금 카드 납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든든학자금(취업후 상환 학자금), 일반 학자금, 농어촌 출신 대학생 학자금 융자 등 정부가 서민가정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큰 기대를 모았던 든든학자금은 여전히 높은 금리와, 군복무 중 이자 발생, 상환개시시점 복리적용 등의 문제로 대학생들과 학부모의 외면을 받고 있다. 더구나 신청조건의 제한으로 이보다 상환조건이 더 엄격한 일반학자금 대출자 비율이 여전히 전체 학자금 대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조건이 좋은 농어촌 학자금 융자는 대상이 처음부터 제한돼 있다.

    정부의 강력한 권고로 3년째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들이 상당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민가정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은 결코 작지 않다.

    등록금 부담이 늘어날수록 그 대안 중 하나로 ‘등록금 카드 납부’가 관심을 끌지만 실제 이 제도를 도입한 대학은 열에 한 곳 뿐이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대학이 신용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가맹점 수수료 때문이다. 대학의 가맹점 수수료는 1.5% 수준으로 일반가맹점 수수료에 비한다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1.5%의 가맹점 수수료를 1년으로 환산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대학마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현금을 가맹점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몇 년째 정부의 강력한 인상억제 정책으로 등록금을 올리지 못한 대학들은 수억원이 넘는 가맹점 수수료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등록금을 카드로 받는 대학은 전국적으로 50여 곳에 불과하다. 전국 411개 대학의 10%를 겨우 넘는 수치이다.

    등록금 카드납부 제도가 지지부진하면서 서민가정의 부담을 키우자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교과부에 대학등록금 카드 납부를 활성화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그러나 권익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카드 납부는 여전히 대학의 외면을 받고 있다. 권고를 받은 교과부도 대학을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등록금 카드 납부에 대해선 손을 놓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2월에는 전국 55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한 ‘등록금넷’이 신용카드로 등록금 납부를 거절한 대학 10곳을 여신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행 수수료 1.5%는 카드사가 국가에 내는 국세를 제외하면 최저요율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인하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등록금넷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무이자 할부, 등록금 분할 납부, 가맹점 수수료 정부 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카드사는 무이자 할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제도가 ‘슬림 할부’이다. 이 제도는 등록금을 카드로 납부하면서 할부결제를 선택하는 경우 전체 할부기간 중 처음의 반은 본인이 수수료를 내고 나머지 반은 카드사가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12개월 할부로 등록금을 낸다면 처음 6개월 동안의 할부수수료는 학생 본인이 부담하지만 나머지 6개월은 무이자로 카드사가 수수료 부담을 떠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학생의 부담을 줄이는 데는 기여하지만 대학이 카드사에 내는 가맹점수수료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등록금 카드 납부를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교과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학이 내는 가맹점 수수료를 지원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의 재정부담과 신용카드업계의 인하여력을 고려할 때,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등록금 분할납부제를 활성화하자는 요구도 갈수록 거제지고 있다. 현재 전국 대학의 80% 정도는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용률이다. 등록금 분할납부를 시행하는 대학에서 실제 이 제도를 이용하는 학생은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부분 대학의 분할 횟수가 2~3회의 단기간이고 그 마저도 신입생을 신청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부대학은 각 학과(부) 별 전체 정원의 10~30%로 허용인원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의 분할납부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최장 12회까지 분할 횟수를 늘리고 신청대상이나 허용인원 제한을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자체의 의지와 관심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에 따라서는 카드사와의 협의를 통해 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세대와 전북대는 카드사와의 제휴로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췄다.

    등록금 카드 납부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에 등록금 카드 납부를 강요하면 대학이 수수료 부담 때문에 오히려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면서 “든든학자금 등 정부의 학자금 이용조건을 완화해 등록금 부담을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