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종업원들 “검거된 ‘콜 뛰기’는 빙산의 일각”경찰 관계자 “강남에만 30여 조직 수백 대 활동 추측”유흥업소 종업원 “신변 때문에 ‘콜’ 이용” 하지만 더 위험
  • 경찰은 28일 강남 유흥업소 일대에서 불법 자가용 영업(일명 ‘콜 뛰기’ ‘나라시’)을 한 혐의로 10개 ‘콜’ 조직 255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검거된 자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그 심각성을 설명했다.

    "체포된 10개 조직 255명은 빙산의 일각"

    이번에 검거된 박 씨 등 ‘콜’ 조직은 2008년 3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 유흥업소 일대에서 여종업원 등을 상대로 고급승용차, 렌터카, 대포차로 ‘콜 영업’을 하면서 110억 원 상당을 챙겼다고 한다. 50여 명의 관리자가 하루에 100~200통의 '콜'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진술한 내용이 이 정도니 실제로는 더 될 것”이라며 이들의 행태에 혀를 내둘렀다.

    경찰 관계자는 “255명 중 20명을 입건했는데 이들 중 한 사람은 자기 명의로 3대의 승용차를 구입, 기사들을 고용해 활동한 사람 등 조직을 구성한 자와 소위 ‘팀장’으로 불린 자들”이라고 밝혔다. 훈방 조치된 235명은 ‘고용된 기사’라고.

    경찰 관계자는 “이들을 잡기 위해 수개 월 간 유흥업소와의 유착관계, 법인형태의 거대 조직 존재유무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나 소문과 같은 조직은 찾을 수 없었다”며 “유흥업소와 ‘콜’ 조직은 철저히 별개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현재 강남 일대에만 30여 조직에 1,000대 가까운 불법 영업 자가용들이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이번에 적발된 사람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한다. 유흥업소 종업원 P씨(30세. 여성)는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택시를 타다가 나중에는 같이 일하는 ‘언니’나 ‘상무’의 권유로 ‘콜’을 이용하게 되는데 무척 편하다”며 “아마 모르기는 몰라도 강남에서 활동하는 ‘콜’이 1,000대는 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P씨를 따라 이용했던 한 ‘콜’ 기사는 “자정이 넘은 시간, 강남에서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외제차나 고급세단 중 십중팔구는 ‘콜’일 것”이라며 “그래도 우리는 보험도 들었다”고 증서를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상당수의 ‘콜’ 차량이 보험은커녕 대포차를 쓰면서도 보험을 든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콜’ 조직을 검거한 경찰 관계자도 “적발된 차량 중 38대가 대포차였는데 이 중 절반이 채 안 되는 숫자가 외제차였다”고 밝혀 이들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택시는 위험해서…”라며 더 위험한 ‘콜’ 이용

    ‘콜’ 조직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콜’ 영업의 주 고객이 유흥업소 종사자들이라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범죄를 당해도 어디 하소연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유흥업소 종업원들은 ‘콜’ 이용을 끊지 못한다. 왜 그럴까.

    매일 술에 취해 퇴근하는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 ‘콜’은 개인 기사나 다름없다. 참고로 ‘콜’ 차량 요금은 한 번 이용할 때 요금이 1~4만 원(강남 일대에서 서울 전역) 정도로 일반 택시 요금의 2~4배다. 하지만 성매매를 통해 매일 수십만 원을 만지는 유흥업소 종업원들에게는 큰 돈으로 느껴지지 않다보니 매일 이용하게 된다. 

    복수(複數)의 유흥업소 여성종업원들이 알려준, ‘콜’을 이용하게 되는 과정은 이렇다. 여성들이 유흥업소에서 처음 일하게 됐을 때는 택시를 탄다. 하지만 술에 취해 자기가 일하는 업소나 모텔 앞에서 택시를 탈 경우 주변의 소문, 택시기사의 눈길을 불편해 한다. 최근 택시 범죄 소문도 영향을 준다. 이후 이들은 유흥업소 전업 종사자가 되면 보통 업소 인근에 원룸을 얻어 생활하게 된다. 이때부터 ‘콜’만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후 집 앞에서 업소까지 데려다 주고, 웬만한 심부름은 모두 무료로 해주는 ‘콜’의 편리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지만 유흥업소 종업원들은 ‘콜’ 차량들이 보험에는 가입되어 있는지, 정상적인 차량인지 등에는 관심이 없다. 일단 고급차, 외제차면 된다. 게다가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이런 차를 타다 사고가 나면 병원비 한 푼 받지 못하고 장애까지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한다.

    범죄자들에게 상시 노출되어 있는 점도 문제다. ‘유흥업소 종사자’를 보는 사회적 시각은 범죄를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든다. 이러니 ‘콜’ 이용자는 범죄자의 먹잇감이 되기 좋다. 게다가 ‘콜’ 기사들을 고용할 때 전과기록을 조회하거나 자체검증을 하는 경우도 없다. 이러다보니 ‘콜’ 기사들 중에는 강도상해, 강간, 성매매 알선, 마약범죄자들도 섞여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된 자 중 5명은 강력범죄 전과자였다”고 밝혔다.

    “강남 일대 돌아다니는 외제차 30%는 아마…”

    ‘콜’로 인한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나 이로 인해 대포차 구입이 는다는 점도 문제다. ‘콜’을 이용하는 유흥업소 종업원들은 ‘대포차’ 구입에 거리낌이 없다. 특히 어린 나이 때부터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은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콜’ 차량이 경찰 단속에 걸리지 않고 잘 운행하는 걸 보며, 대포차 구입에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국산차보다 싼 가격에 외제차를 탈 수 있다는 것에 상당한 유혹을 느낀다.

    유흥업소 종업원 L씨(29세. 여성)도 전화통화에서 “요즘 아우디가 ‘대세’라는데 나도 한 대 살까 생각 중”이라면서, “대포차면 어떠냐, 딱지도 못 끊고 과속해도 안 걸리고 세금도 안 내고, 좋지 않냐”며 문제가 안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Y씨는 또한 “요즘은 대포차도 보험 가입 다 된다더라. 주변에서 대포차 단속되는 거 못 봤다. ‘콜’ 사람들이 그러는데 강남에서 젊은 사람들이 모는 외제차와 국산 대형세단 3분의 1 이상은 ‘콜’ 아니면 대포차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유흥업소 종업원과 ‘콜’ 종사자들의 말을 절반만 믿는다 해도, 심야에 서울 시내에서 과속과 신호위반을 일삼는 일부 수입차와 국산 고급세단의 상당수가 ‘달리는 흉기’라는 말이 된다. 참고로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대포차는 보험가입은 물론 보상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고가 나면 피해자는 전혀 배상을 받지 못한다. 여기다 대포차 운전자들 대부분은 사고가 나면 뺑소니를 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경찰들 또한 강남 일대의 ‘콜’ 조직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구입한 ‘대포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은 “대포차나 렌터카를 이용하다 교통사고가 나면 피해자가 구제받기 어렵고 보험처리도 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콜’ 차량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지만 강남 유흥업소 종업원과 ‘콜’ 조직 사람들은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그들은 ‘정부는 우리를 절대 단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