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조례로 시행령 막겠다”법조계 “상식 밖 희한한 논리”
  • 초중고 학교에서 팔굽혀펴기, 운동장 돌기 등과 같은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지난 18일 발효됐다. 반면 학생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 체벌은 ‘법령’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간접체벌’을 놓고 교육계가 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31조의 8은 도구와 손 등을 통한 직접체벌을 금지하면서 각 학교가 ‘학칙’으로 간접체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과부는 이달 말까지 전국 시도교육청에 ‘일선 학교가 학칙으로 간접체벌과 관련된 학칙을 검토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을 담은 협조공문을 내려 보낼 예정이다. 또 허용 가능한 간접체벌의 종류와 범위, 징계기준과 주의사항 등을 포함한 지침서를 일선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국 6곳의 진보교육감들은 교과부의 이같은 방침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반발이 가장 강한 곳은 경기도교육청이다. 진보교육감의 좌장격인 김상곤교육감이 있는 경기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의 정신에 반하는 모든 체벌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벌써부터 교과부와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일선 학교가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간접체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학칙을 개정하면 해당 학교가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징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 법령체계상 시행령(대통령령)의 하위법인 조례로 상위법을 막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도교육청의 반발기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조례가 시행령보다 하위법이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간접체벌로 침해되는 ‘신체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상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주장과 달리 ‘기본권의 침해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 하위법이 상위법에 우선한다’는 논리를 헌법학계의 상식으로 보는 견해는 거의 없다.

    이헌 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해당 법령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위헌심판제도를 통해 헌법합치여부를 가릴 수는 있지만, 하위법으로 상위법의 시행을 막겠다는 것은 희한한 논리”라고 말했다.

    약간의 온도차는 있으나 서울과 강원, 전북교육청도 교과부의 간접체벌 허용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다만 이들 교육청은 경기교육청과 같이 정면대결을 펼치기 보다는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간접체벌 시행을 막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령상 인정된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통해 일선학교의 간접체벌 학칙 개정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학칙 인가권’이란 일선학교가 ‘학칙’을 재개정하기 위해서는 시도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일선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시도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까지 국회 계류 중이다.

    전남, 광주교육청은 일선학교에 대한 여론수렴과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결정을 유보한 상태이다.

    진보교육감들의 반발에 대해 교과부는 시행령을 거부하는 경우 상응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학교의 학칙개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4월 이후, 간접체벌을 둘러싼 교육계의 혼란과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