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온도 18도, 개인 전열기 모두 금지전기세 줄이기 '비상', 일부에선 눈치싸움도
  • ▲ 전기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일반 민간 사무실에서도 실내온도 낮추기에 비상 사태다. 일부 업체들은 직원들의 개인 전열기 사용도 일체 금지했다ⓒ뉴데일리
    ▲ 전기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일반 민간 사무실에서도 실내온도 낮추기에 비상 사태다. 일부 업체들은 직원들의 개인 전열기 사용도 일체 금지했다ⓒ뉴데일리

    경기도 수원 한 영세 디자인업체를 다니는 홍영상(38·남)씨는 며칠 전 인터넷 쇼핑을 통해 무릎담요와 덧버선을 구입했다. 남자들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이지만, 남의 눈치를 볼 사정이 아니다. 28도를 유지했던 사무실 온풍기가 지금은 20도를 가리키고 있다. 전기 히터 등 개인적인 난방기 사용도 일체 금지됐다.

    “20도면 그렇게 추울 정도는 아닌데 그게 설정 온도일 뿐 실제 온도는 더 낮은데다, 가만히 책상에서 서무를 보는 일이라 체감은 더 추운 것 같다”며 손바닥을 비벼댔다.

    여직원들은 비상사태다. 책상 밑에 전기 히터나 무릎 위에 올려놨던 전열 담요 등은 모두 압수(?)됐다. 한 여직원은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사무실 온도가 너무 낮아서 힘들었다. 따뜻한 차를 연거푸 마셔도 좀처럼 낫질 않아 결국 조퇴하고 집에서 쉬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영자도 할 말은 있다. 사장 김지만(55)씨는 “15명 규모의 소규모 사업장이고 컴퓨터와 난방기 외에는 사용하는 전기제품도 없어 한 달 전기료가 40만원 내외면 충분했다”면서 “그런데 이번 달은 2배가 넘는 100만원이 나왔다. 아무리 사무실은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 ▲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에서 직원들이 전력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에서 직원들이 전력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세 폭탄’의 여파가 가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진세라는 상상 이상의 수치는 아니지만, 그치지 않는 한파 탓에 다중집합시설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국의 전력수요는 지난 10일 낮 12시 7천184만㎾를 찍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예비전력도 비상수준인 400만kW에 바짝 다가서는 등 '위험 수위'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돌고 낮기온도 영하권에 머무는 한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민간 업체들도 전기세 줄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일례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시 센텀시티 신세계 백화점의 월 평균 전기세는 무려 5억600만원에 이른다. 한달에 5천378㎿h(1㎿h는 시간당 1천㎾ 사용)라는 천문학적인 전기를 사용한 셈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실내 온도를 규정에 맞게 유지하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넓은 공간과 많은 유동인구 탓에 전기 사용량이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 겨울철 전기 사용량 줄이기에 나설 것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고 전했다.

    전력 사용량 2위인 롯데백화점도 전 직원에게 내복 등 웜비즈 복장 착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일반 고객을 위해 웜비즈 특별전 등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추워야 장사가 잘되는 스키장도 직원들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내놨다. 강원도 하이원리조트는 덧옷차림 근무, 내복입기 등의 '웜비즈 캠페인'의 적극적인 시행을 위해 각 부서별로 직원 1명씩을 에너지 헌터로 지정, 관리 감독 역할을 맡기고 있다.

  • ▲ 공공기관은 더 비상이다. 한 공공기관 실내 온도가 15도를 가리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공공기관은 더 비상이다. 한 공공기관 실내 온도가 15도를 가리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눈치 보기가 극심한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더 치열하다.

    서울시는 최근 실내 규정 온도를 18도로 정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개별 난방기 사용을 금지시켰다. 말이 18도지 규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야 온풍기가 가동되는 시스템이어서 실제 체감 온도는 그 이하로 뚝 떨어진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너무 춥다. 볕이 잘 들어오는 사무실은 그나마 낮에는 좀 견딜 만한데 우리처럼 후미진 사무실은 몸이 오들오들 떨릴 정도”라며 “여직원들은 근무에도 차질을 빚을 정도다”라고 했다.

    경기도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복입기와 무릅담요 구입하기 운동 등을 벌이고 있으며, 개인 전열기구는 모두 회수했다. 안양시는 전 사무실에 자동소등장치를 부착해 오후 8시 이후에는 모든 사무실의 전등이 꺼지도록 했다.

    그런가 하면 전 직원의 점심시간을 변경해가면서까지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기관도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평일 전력수요가 오전 11시~낮 12시에 가장 많은 점에 착안해 전 직원의 점심시간을 낮 12시에서 오전 11시로 1시간 앞당겼다.

    한국전력공사 인천본부 관계자는 "다른 조직에 점심시간을 앞당기라고 권하기는 어려우니 우리라도 솔선수범하자는 뜻"이라면서 "외부 약속을 잡기는 다소 곤란할 때도 있지만, 전력수요 감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아무 문제없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든 가정에서 실내를 권장온도인 18~20도로 유지해준다면 전체 전력수요를 무려 20~30%까지 줄일 수 있다"면서 "이제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체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