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사杯 서아프리카 국제태권도대회
  • 지난달 2∼5일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의 국립경기장에서는 '제2회 주나이지리아 한국대사 배(杯) 서아프리카 국제태권도대회'가 열렸다.

    주 나이지리아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한국문화 전파를 위해 LG전자 나이지리아 법인과 현지 체육부 및 태권도협회와 협조 하에 준비한 대회였지만 열악한 전력사정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개막식을 불과 3시간 앞둔 시각, 전력공급을 책임지겠다던 나이지리아 체육부는 갑자기 발전기가 고장났다는 얘기를 했다. 태권도협회장이 부랴부랴 소형 발전기 2대를 빌려 왔지만 이 역시 돌아가다 멈추길 반복할 뿐이었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 시작된 개막식은 희미한 전등불 아래서 진행됐다. 선수단 입장 후 양국 국가가 흘러나왔지만 전력이 약해 CD플레이어가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서정선 나이지리아 한국문화원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혼자 생음악으로 애국가를 불러야 했다.

    개막식이 끝날 때쯤 도착한 하부구멜 나이지리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이것이 나이지리아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에선 국영회사에 전력을 공급하는 하루 8시간 외에는 자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각국 정부마다 전력공급을 최우선정책으로 내걸지만 업자들의 로비 등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게 하구부멜 위원의 설명이다.

    어려운 사정은 경기 진행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전자점수판이 없어 낡은 기록칠판에 점수를 적고 심사위원은 양팔에 각각 빨강ㆍ파랑 토시를 끼고 경기를 진행한다. 홍팀 선수가 득점을 하면 빨강색 팔을 들어 점수를 알리는 방식이다.

    게다가 선수들은 한글로 '미래태권도', '학사태권도' 등이 적힌 옷을 입고 있다. 대부분 한국에서 온 헌 옷들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전국체전에는 태권도와 가라데가 정식종목으로 지정돼 있다"며 "태권도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원과 '한판 승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나이지리아 한국문화원은 현지에서 태권도 교실을 운영하면서 초ㆍ중ㆍ고교에서 태권도 행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내년에 현지인 태권도 시범단을 창단, 서아프리카 주요 행사나 축제에서 시범을 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