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정권은 연평포격을 통해 다목적 계산을 하고 있다. 북은 핵보유국이라는전략적 지향점을 추구하고 있다. 핵보유국임을 공인받아(특히 미국으로부터) 그에 걸맞는 국제적 위상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남한에 대한 정치-군사적 우위와 연결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핵이 실전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현 단계에서 북은 그들의 전략적 지향점(핵)을 강조하기 위한 가속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국지적 전구(戰區)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 전구(戰區)가 바로 서해다. 북은 서해를 전구화(戰區化)함으로써 4가지를 고려하고 있다.

     1. 미국과의 협상기회를 촉진하는 것이다. “골치 아프면 협상에 나서라”라는 메시지이다.
     2. 남한을 겁박하는 것이다. 그들은 지난번 천안함 폭침에 대한 한국의 뜨뜻미지근한 대응에 매우 고무됐다고 볼 수 있다.
     3. 김정은 체제의 정권안보다. 그가 가진 성격의 과단성과 정책의 효율성을 人民에게 과시하고 군을 김정은 중심으로 결속시키려는 것이다.
     4. 서해를 분쟁지역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2, 3, 4는 대응해답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이다.
    먼저 4는 북한의 의도대로 되기 어렵다. 서해해상경계선을 획정한 이쪽의 주체가 유엔군 사령관이다. 분쟁의 조정자이자 심판관인 유엔이 한쪽 주체인 이상 북한의 서해 분쟁지역화 기도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2는 대한민국이 하기 나름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정치적-군사적 고려 면에서 매우 엉뚱한 것이었다. 우선 우리 군은 새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소규모 충돌에 적용되는 교전수칙의 범위를 훨씬 상회하는 성격이었다. 민가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포격이 가해졌다. 또한 정지상태(비기동상태)의 우리 측 군사기지에도 포격이 가해졌다. 즉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전쟁상태였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군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의 수준에서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군사문제의 ABC도 무시한 이상한 상황관리가 이루어졌다. 단순한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는 또 한 번 “도발의 종결은 전적으로 도발자의 책임”이라는 것을 완전히 무시했다.

    첫째, 우리군은 적의 공격이 있고 나서 13분 뒤에(K-9포의 사격준비과정상) 응사했다. 그리고 적의 공격이 중지되자 우리 측도 사격을 중지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도발을 받은 이상, 적의 사격중지에 관계없이 최소한 13분은 더 사격을 했어야 마땅했다. 또 그렇게 할 정당성이 있었다. 13분이라는 것은 최소한이다.

    둘째, 모든 도발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원칙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초동(初動)에 확전 억제 운운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우리 측 군대표가 저들에게 사격중지를 요구한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확전의 책임과 사격계속 여부의 책임은 엄연히 도발자가 지기 마련인데 완전히 거꾸로 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북은 언제든지 일단 도발해놓고 “아니면 말고…” 식의 행태를 거듭할 것이다.

    셋째, 도발자에 대해서는 화력의 비대칭성으로 보복할 권리를 당연히 갖는 것이다. 즉 우리 측이 훨씬 막강한 화력으로 대응해도 도발측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80발을 사격했고 북은 170발을 사격했다. 더욱이 도발 측은 평사포와 곡사포를 도발에 병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도발을 받은 이상 도발 원점을 넘어 더 깊숙이 공격해도 무방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과거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게릴라 거점에 대해 행한 보복공격이 그랬다. 문제는 민간인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지 비대칭적 화력 사용 자체는 그리 문제가 아니었다.

    넷째, 우리의 응전에는 정치적 고려가 희박했다. 우리가 앞의 원칙에 따라 야무지게 공격했다면 김정은 신 체제(서두의 3과 관련)는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중국으로부터 최소한의 협력이라도 얻으려면 중국이 움직이게 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의 불안정이 그들의 경제와 국제적 위상에 마이너스 요인임을 알고 있다. 우리의 대응이 앞의 원칙에 따라 수행되었다면 중국도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앉아서 중국의 선의나 바라지 말고, 위기가 왔을 때에 그것을 기회로 전환시키면서 중국의 이해관계가 작동하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아무튼 이런 위기는 특히 서해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각방송국은 군사전문기자를 양성하고, 군사전문가를 고용해야겠다. 초동단계에서의 방송보도를 보면 군사지식이 매우 빈곤한 상태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재의 중점이 없고 사태의 핵심과 우선순위 제시가 산만하기 짝이 없다. 이런 방송국의 문제점은 현대의 전쟁이 정부나 군만이 치르는 비밀전쟁이 아니라 전 국민의 정보전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런 현상이다.


    김철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