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0일 담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깊이 사죄하고 조선왕실의궤 등의 도서반환을 약속하기까지는 우리 정부도 보이지 않는 노력을 펼쳤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는 올해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그동안 일본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주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공식 외교활동을 눈에띄게 펼치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식민지 지배를 사과하는 것은 자국 내 보수우익주의자들의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 총리의 담화 준비과정에서 일본 측에 어떤 내용이나 조치를 반영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총리 담화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 알아서 발표할 성격의 조치이지 우리 정부가 `감 내놔라, 배 내놔라'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일본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놓고 우리 정부가 일본에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없다"며 "새로운 한일우호협력 100년을 위해 노력하자는 큰 원칙을 견지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 외교당국간 실무차원에서는 조선왕조의궤를 비롯한 문화재 반환과 관련해 여러 차례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일본은 조선왕조의궤 반환으로 문화재 문제를 청산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조선왕조의궤는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며 "의궤를 돌려받았다고 해서 문화재 반환 문제가 한번에 해결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일본 측에 문화재 문제는 전문가들의 현황 파악 및 사실관계 조사를 먼저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7월 말까지도 공식적으로 조선왕조의궤의 반환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지만 이달 초 한국의 입장을 전격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일본 측이 문화재 반환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을 간파하고 줄다리기 끝에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마음을 졸이다가 일본 총리의 담화발표 하루 전인 9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을 통해 조선왕조의궤 반환 소식을 접하고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업무와 관련된 당국자들은 이날부터 근무 대기상태를 유지했고 총리담화 발표일인 10일에는 새벽 6시께부터 일본 측으로부터 미리 담화문 텍스트를 전달받아 분석작업을 하는 등 막판까지 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10일 오전 일본정부의 발표가 있자 정부는 일단 `환영 논평'을 내놨다.
    정부는 이날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이번 총리 담화를 한일간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의 밝은 한일관계를 개척해 나가려는 간총리와 일본 정부의 의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간 총리가 일본 스스로의 과오를 돌아보는데 솔직하고 싶다고 표명한 점에 주목하며 이런 인식을 모든 일본 국민들이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거 불행했던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성찰을 바탕으로 현재의 긴밀한 한일 양국 관계가 미래를 향한 동반자관계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일본담당 직원들은 이날 일본 총리의 담화 발표 이후 한국내 여론이 어떻게 조성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언론 동향을 체크하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