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민들은 정부의 이야기를 믿지 못한다. 정치권은 민관합동위원회 외 별도의 조사위를 꾸리고 있다.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불신이 우리 사회를 괴롭히고 있다.”

    한국선진화포럼 남덕우 이사장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 44차 월례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신뢰와 사회적 자본의 구축’이란 주제로 토론의 문을 열었다.

    사회를 맡은 연세대 김용학 교수는 “신뢰와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뢰는 제도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 ▲ 22일 개최된 선진화포럼 제 44차 월례토론회 ⓒ 뉴데일리
    ▲ 22일 개최된 선진화포럼 제 44차 월례토론회 ⓒ 뉴데일리


    첫번째 발표를 맡은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외부인에 대한 신뢰는 매우 낮지만 혈연, 지연, 학연 등 동일집단 간의 대인신뢰는 높고 외국인과 외부집단에 대해서는 신뢰가 매우 낮은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사회적 자본의 하나인 신뢰에 주목하는 이유는 경제성과를 결정하는 본질적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뢰수준이 10%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이 0.5%~0.8% 가량 높아졌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둔화된 경제성장을 타계할 방법을 ‘사회적 신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노사 간 신뢰를 비롯해 입법, 사법제도 등 낮은 제도신뢰는 경제성장을 제약한다는 것.

    이 위원은 “우리나라의 연줄 신뢰를 넘어 규제완화, 공정한 법집행, 제도에 대한 신뢰, 재산권 보호 등과 같은 장치를 통해 보편적 신뢰, 사회적 신뢰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국가와 시장이 절제를 배울 때 신뢰가 회복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가와 시장, 신뢰 이 세가지 영역이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국가와 시장의 영역의 힘이 셀수록 ‘신뢰(trust)’가 설 자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제 발전 뒤 일정 기간의 ‘사회통합’을 위한 집중적 노력 과정을 거쳐야 다음 단계의 경제발전이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빈곤수준을 벗어나기 급급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그쳤다”고 장 교수는 진단했다.

    장 교수는 우리사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실질적인 실업정책과 여성 등 소수자의 노동시장 참여기회 확대를 꼽았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고등교육 이수율에 비해, 공공부문 교육지출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무르는데 주목했다. 이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의 인적자본이 큰 역할을 해온 것은 철저히 사교육열에 기댄 셈”이라며 “교육에 대한 공적지출을 획기적으로 늘려 저소득층이 양질의 고등교육에 접근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장 교수는 강조했다.

    아울러 “법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며, 부패로 인한 특권이 없고 정치로부터의 독립성이 신장된다면 한국사회의 신뢰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통희 교수는 “정부에 대한 신뢰의 증진이 선진화의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우선 “정부가 솔선수범해 협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전했다. 당정협의체제를 구축, 여당과 행정부가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행정부의 각종 위원회를 재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중앙정부에 441개, 지방자치단체에 1만6918개 위원회가 명목적으로 운영돼 위원들의 전문지식, 아이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즉, 정부 운영 위원회의 재산권 축소 등 기능적 탈바꿈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의 인사제도에 있어서도 친 정부적인 인사 분만 아니라, 사회적 협약을 통해 시민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공직에 발탁되는 것이 사회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법률서비스의 다양화, 최우수 법조인들의 법원 이탈 규제, 손쉬운 법률자문 서비스 등 아래로부터의 법치주의를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