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연구진이 '식지 않는 커피잔'을 개발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20일 보도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독일 프라운호퍼 건축물리학연구소의 클라우스 제들바우어 소장과 헤레브레트 지네스비흘러 연구원은 건축자재로 쓰이는 '형변화물질'(PCM)을 이용해 커피의 온도를 최적으로 유지함으로써 그 맛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식지않는 커피 머그'를 개발했다.

    연구소 측은 현재 여러 민간회사와 상품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어 이르면 연내에 상용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바이에른주 로젠하임의 성탄절 시장에서 글뤼바인(약초를 섞은 뜨거운 와인)을 마시다가 글뤼바인이 처음에는 너무 뜨겁고 나중에는 너무 빨리 식어버린 것에 실망하면서 '똑똑한 잔'을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PCM이었다. PCM은 집안 온도를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건축자재로 햇볕이 있을 때 열을 저장했다가 밤이 되면 그 열을 배출하는 특성이 있다.

    이 물질은 현재 석고보드에 혼합돼 벽, 천장 등의 내부자재로 사용되고 방한복이나 스키복에도 이용되고 있다.

    이들은 우선 보배고둥의 빈 내부를 알루미늄과 같은 고전도물질 띠로 이루어진 벌집구조로 만든 뒤 그 벌집구조에 PCM을 채웠다. 이렇게 할 경우 커피의 열기는 곧장 고체 PCM으로 전달돼 PCM를 왁스와 같은 액체 상태로 만드는데 그 후부터 PCM은 에너지를 머금은 채 더이상 열을 흡수하지 않게 된다.

    PCM은 종류에 따라 액체 상태로 변화하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커피는 물론 다른 음료수에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제들바우어 소장은 "커피나 차와 같은 따뜻한 음료는 섭씨 58도일때 가장 맛이 좋다"면서 "이 온도에 도달하고, 이를 유지시키기 위해 우리는 정확히 58도에 액체로 변하는 PCM으로 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PCM은 내용물의 열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저장하기 때문에 아주 뜨거운 커피라도 금방 그 온도가 58도로 내려가고, 그 후부터는 그 온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제들바우어 소장은 "좋은 환경에서는 최적 온도가 20-30분 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네스비흘러 연구원은 차가운 음료에도 PCM을 적용할 수 있다면서 "섭씨 7도에서 가장 맛이 좋은 맥주의 경우 정확히 그 온도에서 녹는 PCM을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바이에른 응용에너지연구센터(ZAE 바이에른)는 PCM이 매우 저렴해서 식중독 예방용품, 정밀 기계부품 보관함, 박물관 내부 자재 등으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슈피겔은 그러나 "소비자들은 불행하게도 음료수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잔을 사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