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 모습. ⓒ 뉴데일리
    ▲ 4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 모습. ⓒ 뉴데일리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요? 딴 데 가서 하면 안될까요?"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좌파 시민단체와 야4당, 언론노조 등이 '광화문 광장 기자회견 강제 연행 규탄과 표현의 자유 보장 요구 기자회견'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광화문 광장을 시민 품으로 돌려달라"고 목청를 높였다. 이미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 광화문 광장을 "소통의 공간으로 개방하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한 이들의 주장은 서울시 허가없이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 또는 '시위'를 벌이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이날 시청 앞 집회에서 정부와 서울시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광화문 광장 조례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는 전날 불법시위로 억류된 10여명을 거론하며 "그들의 죄목은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유재산 침해냐"며 "광장에서 시위하는 것은 음악회에서 음악 연주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내세웠다.

    인도를 막고 집회하는 이들에 대해 지나가는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몇몇 학생은 집회에 반발해 "난 이 대통령 좋더라"고 소리쳤다.

  • ▲ 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광장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좌파단체, 야4당, 언론노조 ⓒ 뉴데일리
    ▲ 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광장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좌파단체, 야4당, 언론노조 ⓒ 뉴데일리

    이날 집회가 끝나자 한명구 언론노조 지도위원은 앞 면에 '언론장악 저지', 뒷 면에 '민주주의 수호'라고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고 서울시청 앞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걸어갔다. 단체 관계자는 "혼자서 광화문 광장까지 걸어가는 퍼포먼스"라고 주장했으나 이들의 흑심은 딴 데 있었다. 전날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벌인 참석자 10명이 연행된 데 대한 반발이었다.

    한씨는 "이렇게 걸어가면서 경찰이 잡는지 안잡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며 "만약 잡아간다면 법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를 잡는 경찰은 한 명도 없었으며 혹시 일어날 상황에 대비해 취재진만 촉각을 세우며 그를 따랐다. 한씨는 '경찰이 안잡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토요일 오후 5시 부터 7시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언론노조 200여명이 조끼를 입고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집회신고는 하지 않는다. 200여명이 10m 씩 거리를 두고 서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씨가 광화문을 한바퀴 도는 내내 경찰은 그의 행동을 주시할 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한씨의 '쇼'가 끝난 뒤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에게 광장조례 폐지 등에 대해 물었다. 한 학생은 "이렇게 예쁜 공간에서 시위같은 걸 왜 하느냐. 안 했으면 좋겠다. 할 거면 딴 데서 해라. 차라리 새벽에 하든지"라며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한 직장인도 "광화문 광장이 넓지도 않은 데 이런 곳에서 시위하는 것은 좋지 않다. 차도도 옆에 있어 위험하고 시위가 격해지면 시설도 망가질 것인데 시민 휴식하는 공간, 시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싫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동료 직원은 "다른 장소도 많은데 그 사람들은 왜 하필 광화문 광장에서 하겠다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광화문 광장 일대는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 있었다.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찾은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분수에서는 어린이들이 물놀이에 흠뻑 빠져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오 시장이 광화문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했는데,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냐. 광화문 광장은 오 시장의 정치적 무덤이 될 것"이라고 메아리없는 소리를 질러댔지만 공사를 끝내고 새단장한 광화문 광장은 이미 시민 품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였다.

  • ▲ 4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물놀이하는 어린이들. ⓒ 뉴데일리
    ▲ 4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물놀이하는 어린이들.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