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 ⓒ 뉴데일리
    ▲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 ⓒ 뉴데일리

    1,2차 연평해전은 승패 여부를 떠나 우리 해군에게도 많은 상처를 남겼다. 1차 연평해전의 승장(勝將) 박정성 제독은 이기고도 불이익을 당했다. 그리고 2차 연평해전 뒤 NLL을 슬기롭게 지킨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도 임기를 못 채운 채 한직으로 밀려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좌파정권 10년의 상흔이다. 김성만 제독이 작전사령관을 맡았을 때 북 함정은 단 한번도 NLL을 못 넘었다. 월경을 시도하면 과감하게 경고사격을 명령한 탓이다.
    제2차 연평해전 7주년을 앞두고 만난 김 제독은 빈번한 북한의 NLL 도발을 “이제 준비가 다 됐으니 한판 붙자는 속셈”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지난 5월 27일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이 한국의 PSI 전면참여에 대해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고 서북쪽 영해에 있는 남측 5개 섬(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의 법적 지위와 그 주변에서 활동하는 한국 해군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남북이 정전 아닌 전쟁상태로 복귀했다는 협박입니다.”

    과거 북은 서해5도가 한국 영토지만 주변해역은 북한 관할수역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제 북한은 서해5도까지 자신의 영토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김 제독은 “‘PSI 참여’ 대응은 단지 핑계일 뿐, 궁극적으로는 서해5도를 장악하겠다는 것이 북의 속셈”이라고 말했다.
    “서해5도를 장악하면 당연히 서해중부의 해상 및 공중 통제권을 북이 확보하게 됩니다. 그러면 수도권(인천·서울 등)을 바로 위협할 수 있습니다. 저들이 말하는 ‘무력적화통일’과 2012년 연방제 통일의 해’를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의 첫 단추입니다.”

    김 제독은 “북한이 막가파식 협박을 계속하는 것은 도발 준비가 완료됐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2007년~2008년간 군사력을 대폭 증강했습니다. 신형 대함(對艦)미사일(KN-01, 사거리 110Km)을 개발해 2008년 한해에만 함정과 폭격기에서 총 10발(스틱스 포함)을 발사했어요. 2009년 5월에만 4발을 쏘았습니다. 해안포도 소구경(76㎜, 100㎜)을 대구경(122㎜, 130㎜)으로 교체했고 잠수함정도 10여 척 늘려 모두 70여 척이나 됩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응은 너무 초라하다는 것이 김 제독의 설명이다. 
    “참여정부 5년을 거치면서 NLL·서해5도 사수의지가 많이 약화되었어요. 2004년 7월14일 북한경비정(등산곶684정, 2차 연평해전 도발함)이 무력도발을 위해 서해NLL을 다시금 침범했을 때 우리 해군은 선제경고사격을 통해 성공적으로 몰아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대북정책에 지장을 준다고 해군작전사령관을 처벌하고 교체했어요. 그 뒤 해군의 해상작전은 심하게 위축되었습니다.”

  • ▲ 1차 연평해전에서 북한 함정이 우리 해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고 있다. ⓒ 뉴데일리
    ▲ 1차 연평해전에서 북한 함정이 우리 해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고 있다. ⓒ 뉴데일리

    김 제독은 “서해5도와 김포반도를 방어하고 있는 해병대 병력을 4000명 감축 결정은 엄청난 방어전력 약화”라고 분노했다.
    “지난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돌아온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NLL과 서해5도 사수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준 것입니다.”
    김 제독은 “도저히 국군통수권자가 할 수 없는 말을 그때 들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북한은 꼭 도발해올 겁니다. 북의 경비정과 어선단이 우리 해역을 침범하면서 도발이 시작되겠죠. 차단작전 과정에서 근거리 함포교전이 발생할 것이고. 이번엔 유도탄(미사일) 교전, 잠수함정 참가 등으로 인해 피해가 많을 겁니다.”
    김 제독은 “하지만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있기 때문에 전면전으로의 확전은 없을 것”이리고 예상했다. 한미연합사는 5월28일 대북 정보감시태세(Watch Condition)를 한 단계 격상했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확전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전쟁에는 상대성이 있어요. 배는 배끼리 싸워 끝낸다는 것이죠. 이것을 공군이나 육군이 개입하면 그땐 전면전이 되는 겁니다.”
    김 제독은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는 2012년 4월17일 이후에는 북한이 서해5도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더 이상 한국방어를 공동으로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김 제독은 “문제는 그 동안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대응해왔다는 것”이라며 “해군과 서해5도 주둔 해병대, 공군이 모두 시급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LL과 서해5도 방어 전력을 보강해야 합니다. 북한 기습상륙정을 주·야간 잡아내는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대대(24대)가 지난 3월31일에 미국으로 철수했습니다. 서해 방어전력이 북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요. 그렇다고 해군 함정을 단 기간에 건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김 제독은 서해5도를 대만의 금문도와 같이 요새화하고 해병대 병력을 대폭 증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선박에 대한 원거리 경고사격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선박이 NLL을 월선(越線)하는 순간 원거리에서 경고사격을 해야 계속적인 남하를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남북 함정 간의 근거리 접근을 막을 수 있고, 무력충돌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과거 두 차례 해전에서는 북한함정의 남하를 초기에 저지하지 못해 결국은 적(敵)에게 공격의 기회를 준 것입니다.”

    김 제독은 제2연평해전 7주년을 맞아 “침몰 고속정 참수리 357정을 전쟁기념관으로 이전해 국민 안보교육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