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6월 서울 도심에서 표출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작년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고 오히려 차분한 느낌을 준다.

    이달 들어 `6.10 민주항쟁', `6.15 남북공동선언', `효순ㆍ미선 추모행사' 등 진보진영이 결집하는 상징적인 행사들이 이어졌지만 도심에 모인 시민의 수는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6.10 행사 참여자 수는 작년의 4분의 1로 줄었고, 효순·미선양 추모행사도 10분의 1 수준이었으며, 6.15 관련 행사도 작년과 달리 실내에서 진행된 데다 거리행진도 없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슈의 변화에 따른 상황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울대 한상진 교수는 "작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건강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다양한 계층이 공유했고,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많았지만 올해는 국민에게 폭넓게 공감을 얻는 쟁점이 특별히 없었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있는데 방관할 수 없지 않느냐'는 쟁점으로 대중을 거리로 끌어내기에 흡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 박효종 교수도 "작년에는 `건강권' 단일 이슈로 상당한 민심이 결집했다면 올해는 그와 같이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정치, 사회적인 단일 이슈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가 6월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대 조 국 교수는 "작년에는 쇠고기라는 직접적 위협에 대해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대처를 했다면 올해는 아무래도 슬픈 추도의 분위기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접한 시민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6.10이나 6.15 등은 너무 작아보였던 것 같다"며 "서거 정국이 끝나면서 허탈감과 피로감이 생긴 것 같다"고 진단했다.

    중앙대 이상돈 교수는 거리나 광장으로 나온 시민의 수가 현저히 줄어든 원인을 경찰의 원천봉쇄에서 찾았다.

    그는 "외형상으로 집회 참석자들이 줄어든 것은 작년 촛불집회가 시작되는 초기에 안일한 대응으로 규모를 키웠다고 판단한 정부가 올해는 애초부터 시민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6월의 차분한 분위기를 놓고 `민심이 진정됐다'고 읽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 국 교수는 "올해는 생활 전반에 걸쳐 민주주의를 되찾아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눈으로 드러나는 부분에서 집회 참석자는 많이 줄었지만 오히려 6월 항쟁 정신 계승에는 더 충실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 지지율이 4년 만에 민주당에 역전된 것을 봐도 현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급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는 앞으로 재보궐 선거에서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 철회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상진 교수는 "올해 대회를 `실패했다', `기대에 못 미쳤다'라고 봐서는 안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 경고하는 자발적 세력이 서울광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모였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