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대·고려대 등에서 일부 교수들이 릴레이 식 시국선언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박효종(서울대)·윤창현(서울시립대)·조동근(명지대) 등 168명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 모임을 발족시키면서 현 시국에서 릴레이 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일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중심을 잡아야 할 교수들이 지성인으로서 대표성이나 불편부당의 정신을 심각하고 훼손하며 오히려 사회를 갈등과 분열의 양상으로 몰고가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은 '일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바라보는 우리의 견해'라는 성명서를 낭독하며 "일부 대학교수들이 '릴레이식'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파적 의견을 교수사회 전체의 의견인 양 과장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 ▲ <span style='대한민국의미래를생각하는교수들'은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부교수들의 릴레이식 시국선언을 우려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 " title="▲ '대한민국의미래를생각하는교수들'은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부교수들의 릴레이식 시국선언을 우려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 ">
    '대한민국의미래를생각하는교수들'은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부교수들의 릴레이식 시국선언을 우려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데일리

    이들은 일부 대학교수의 이른바 '시국선언' 발표 시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과거 4.19민주혁명이나 6.10민주항쟁때는 명백한 선거부정과 강압적인 통치방식에 대해 항거해야 한다는 지식인의 공감대가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촌각을 다퉈야 할 절박성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들은 "작금의 정치권이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고 전제한 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섬기는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는 정부 정책에 비판을 하고자 한다면 누구든지 보다 정상적인 방식을 통해 얼마든지 따지고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가 발전시켜 온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시국선언문에 담겨있는 내용이 균형감각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선언문은 한국사회의 다수 국민들이 이념적 입장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보다는 좌-우, 진보-보수,여-야 등 정치적 입장에 따라 시각과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마치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시대적 요구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같은 점은 비판적 지성으로서 공정하고 정직한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일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반박했다. 이들은 "일부언론과 방송이 정부.여당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지식인들이 개별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써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처럼 탄압을 받고 있지않다"며 "최근 경찰은 뭇매를 맞으면서도 폴리스라인을 넘는 일부 과격 폭력시위에도 인내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교했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 과연 민주주의 후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들은 "쇠파이프와 화염병까지 등장한 불법. 폭력을 동반하는 집회나 시위마저 허용하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자유의 남용수준에 이른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가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 대학공동체 전체 구성원이 아닌 일부 교수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00대학교 교수일동'이라면서 해당 대학의 전체 교수 의견처럼 사회에 비치게 만들고 나아가 릴레이식 시국선언을 통해 많은 대학들이 나섰다는 식의 인상을 주려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며 시국선언의 대표성 결여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국선언 교수들에게 "공개적 학술토론회를 열어 공론의 장에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김종석(홍익대)교수는 "릴레이식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하면서 민주주의 파괴를 옹호하는 듯한 논리를 펴는 분들은 정치.이념 지향적 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에게 '공개적 학술토론회를 열자'고 제의한 것을 다소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에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게 지식인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서로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고 차이를 인정하고 애국심으로 나라가 잘 되길 바라는 게 지식인의 태도다"고 반박했다.

    조동근(명지대)교수는 "민주주의 후퇴라는 말이 너무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소통 안 되고 있는건 맞지만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민주주의 후퇴'로 몰고가는 것은 대단히 위법하고 자기 중심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서울광장이 개방안됐다고 민주주의 후퇴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도리어 다수결 원칙이 제대로 안지켜지는 것만큼 민주주의의 위기는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일부 시위자들이 폭력시위를 해도 집회 자체는 봉쇄 안했다'는 질문에 윤창현(서울시립대)교수는 "불법.폭력시위를 하고 법질서를 흔든 세력이 누군지는 질문하는 분이 더 잘 알 듯하다"고 따져 물었다. 윤 교수는 "그런면에서 불법.폭력시위의 배후와 의도에 주목하고 싶다"며 "그것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그분들의 목표와, 지금 비슷한 분들이 뭔가를 표현하고 이루려는 목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어 "현 정권도 투표로 선출된 민주정권이다. 뽑은 사람들이 있는데 쉽게 (정권을 향해)물러가라고 할 수 있느냐"며 "과연 5년 전에도(시위자들이)'다 물러가라'며 정권 퇴진 외친 사람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삼현(숭실대) 최창규 조동근(명지대) 이명희 (공주대) 김영호 (성신여대) 박효종(서울대)김종석(홍익대) 안세영(서강대) 황성빈(세종대) 윤창현(서울시립대) 이재교 조희문(인하대) 교수 12명이 참석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은 전국 63개 대학, 128명 교수들이 이 성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