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20일 "스스로 물러날 사람은 신영철 대법관이 아니라 뒤에 앉아서 부채질하고 있는 박시환 대법관(사진)이다"고 비판했다.

  • 박 대법관은 신 대법관 촛불개입 파문과 관련 '판사들이 절차와 규정을 지킬 것을 강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합리적인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다'  '4.19와 6월 항쟁도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법관들의 집단 항의 사태를 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지금 상황은 5차 사법파동으로 볼 수 있다'며 신 대법관 사퇴에 미온적인 동료대법관들을 질타했다고 한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이것이 현직 대법관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믿기지가 않는다"고 운을 뗀 뒤 "법관들의 집단행동이 사법파동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선동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법관이란 사람이 어떻게 4.19와 6월 항쟁을 들먹이면서 위법도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총재는 "박 대법관은 기본적인 법관의 소양과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며 "그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이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뒤에 앉아서 젊은 법관들을 선동하는 것은 비겁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법관은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갖고 재판을 통해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지 집단행동으로 정의를 말할 수는 없다"며 "법관들의 집단 항의행위가 전국적으로 이뤄지면서 이것이 법원 내에서 일종의 집단 따돌림 현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이 총재는 "다수가 집단의 힘으로 개인을 몰아붙이는 것은 동기를 불문하고 정의 관념에 반할 수 있다"며 "법관은 집단행동이 아니라 재판을 통해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이 정도"라고 강조했다.

    선진당 조순형 의원도 이날 PBC라디오에 나와 "좀 불만이 있더라도 박 대법관이 어디까지나 대법원의 수뇌부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결정을 승복하고 오히려 앞장서서 소장법관들을 설득하고 좋은 방향으로 지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 시점에서 어떻게 대법관 수뇌부의 한 분이 이런 입장을 표명하는지 좀 섭섭하다"고 했다. 

    조 의원은 "대법관 회의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공고한대로 엄중 경고한 후 본인(신 대법관)이 사과하는 선에서 수습한다고 대법원 수뇌부가 공식적으로 논의해서 한 거 아니냐"며 "그렇다면 대법원 수뇌부의 한 사람으로서 불만이 있고 미흡하다 할지라도 그것을 존중하고 승복하고 수습하는 데에 대법원장을 도와야 하는 게 대법관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장법관이 우리나라 사법부를 잘 이끌어나가도록, 혹시 실수하거나 그러지 않도록 지도하고 설득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이렇게 중요하고 민감한 시점에서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것은 섭섭하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이용훈 대법원장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이 대법관은 '법관들이 이 정도 갖고 압력으로 생각한다면 어떻게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나가겠는가'고 얘기했는데 그런 입장과 판단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했다"면서 "이렇게 집단행동으로 확대가 됐으면 좀 더 입장을 확실히 밝히고 일선 법관들과 대화를 하고 설득했어야 옳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법원장이 이런 것을 수수방관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신 대법관의 일련의 행동은 탄핵 사유까지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내용이나 형식에 있어서는 부적절했다고는 하지만 법원 행정권 행사의 일환으로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뉴라이트전국연합도 이날 논평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현재 법원내부에서 재판의 독립이 확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외부 압력이 문제였지만, 오늘날에는 법원 내부의 사법관료주의가 재판의 독립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연합은 "몇몇 지방법원 단독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법원 지휘부를 비판하더니 이젠 대법관까지 나서 동료 대법관에게 '물러나라'고 한다"며 "서로 간 독립을 보장해야 할 판사들이 특정 판사의 거취 문제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 독립을 가장 방해하는 것은 법원 내부의 관료주의"라며 "신 대법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가린 상태에서 밑장 빼는 비겁한 속임수다"고 주장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도 이날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신 대법관은 법절차에 따르라고 판사들에게 권고했고, 박 대법관은 법절차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며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한 것인가를 분간할 수 없는 사법부라면 그 재판결과를 누가 믿겠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