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버지니아 주(州) 랭리에 위치한 중앙정보국(CIA) 사옥 마당.

    이곳엔 지난 1990년 조각가 짐 샌본이 제작해 설치된 동판 암호 조각 `크립토스(Kryptos)'가 오랜 명물로 자리하고 있다.

    조각이 명물이 된 주요한 이유는 CIA 안팎의 걸출한 암호 전문가들조차 이 암호문을 완전히 해독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샌본 본인이 수 주 내에 풀리리라고 예상한 암호 조각의 마지막 넷째 구절이 풀리지 않은 채 장장 19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18일 전했다.

    주로 CIA 직원들만의 관심거리였던 이 암호문은 암호 해독이 소설의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댄 브라운의 밀리언셀러 `다빈치코드'가 등장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무수한 암호전문가와 애호가들이 이를 풀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여전히 암호문 네 번째 구절은 그 베일을 벗지 않고 있다.

    이 암호문의 첫번째 구절이 풀린 것도 조각이 설치된 지 7년 만의 일이다. 암호전문가가 아닌 조각가 본인도 예상치 못한 결과인 것.

    암호문은 `EMUFPHZLRFAXYUSDJKZLDKRNSHGNFIVJ'로 시작한다. CIA 직원 데이비드 스타인이 400시간을 들여 풀어낸 이 `난센스'는 실제로 "미묘한 그늘과 빛의 부재 사이에서 맞물림의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속에서도 일부 단어의 철자(occlusion→iqlusion)를 뒤바꿔 쓰면서 전체 암호를 풀기 위한 단서를 남기는 등 암호문은 유기적인 구성으로 해독가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아직 풀리지 않은 마지막 구절은 암호 해독가들 사이에서 `암호문의 에베레스트 봉'으로 불리고 있다.

    암호문의 비밀을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샌본을 비난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그를 `악마'라고 쏘아붙이기까지 한다.

    이에 대해 샌본은 "예술작품이 미스터리적인 성격을 잃는다면 많은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밝혀진 크립토스의 해독문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http:// en.wikipedia.org/wiki/Kryptos)를 참고하면 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