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두 차례 G20 금융정상회의를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WTO 감시자 역할론' 등과 같은 제안은 실제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반영됐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정상회의에서는 97년 외환위기 극복 경험을 토대로 거시경제 공조 강화와 금융 부실자산 해소를 역설해 각국 정상들로부터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을 수행한 사공일 대통령경제특보는 2일(현지시각) 순방기자단과의 만남에서 "그동안 한국은 국제회의에서 '예스(yes)또는 '노(no)'를 선택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G20 정상회의에선 아젠다를 직접 제시하고 이슈를 주도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수동적 참여에 그쳐왔던 과거와 달리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위치로 올라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는 뜻이다.

    그는 "우리 정부가 G20 정상회의 의장국단의 일원으로서 처음부터 준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많은 것을 주장했고 또 많은 내용들이 정상선언문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 결과를 직접 브리핑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우리의 뜻이 많이 반영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만족했다.

    '성숙한 세계국가'를 모토로 "국익 개념을 확대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국제사회에서 존중받는 외교를 펼치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이 들어맞은 것. 한국은 내년에는 G20 의장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주도적 역할을 부여받아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적 룰 메이커(rule maker)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깜짝 발표문'을 준비하는 각별한 성의를 보이면서 "대한민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이자 가장 위대한 친구 중 하나"라며 한미동맹을 재차 강조하고,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지난 6개월 동안 6번을 만났다. 매달 보는 사이가 됐다"며 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도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확인된 소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단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서 이 대통령의 영어보다 자신의 한국어가 서툴다며 농담하기도 했다.

    세계적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녹색 뉴딜'과 '잡 셰어링'은 세계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됐다. 독일 타게스 자이퉁(Tagges Zeitung)과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는 각각 1일자와 지난달 31일자에서 "청계천의 그린혁명으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을 친환경 경제의 선두주자로 만들기 위해 그린뉴딜을 결정했다" "금번 G20 참가 국가중 한국만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프로젝트와 친환경적 경기부양을 실시하는 나라가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2일 '잡 셰어링' 정책을 집중 보도하면서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 소니, 제너럴모터스(GM) 같은 외국 기업들이 속속 대량 감원에 나서는 반면 한국 대기업들은 수천 명씩 신규 직원을 고용하는 다른 방식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IHT는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자리 나누기가 우리의 제1목표'라고 강조했다"며 "한국과 같은 자원부족 국가에서 공동체 정신에 호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상"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7일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설명하면서 이 대통령의 자유무역 의지를 평가하는 사설을 게재하고,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대통령의 특별 기고문을 실었다. 이 밖에도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 미국 CNBC 방송, 그리고 미국 블룸버그·영국 로이터·프랑스 AFP 등 세계 유력언론들은 앞다퉈 이 대통령이 제시하는 세계 경제위기 해법과 한국의 입장에 대해 귀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