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여야가 추천한 20명으로 구성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발위)가 공식 출범했다. 100일동안 미디어 관련 법안을 논의할 이 기구에 위원으로 참여한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을 17일 만나 쟁점 법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이번에 미발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포털 관련 미디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입법 청원도 여러 번 했다. 이번 미디어법 관련 쟁점 사안에는 대기업의 방송 진출, 신문, 방송 겸업 허용 등 쟁점 외에도 사이버 모욕죄, 인터넷 포털 규제 등 정보통신망 관련 법안도 있다. 이 분야 전문가로 위원회에 참가하게 됐다. 쟁점이 다른만큼 사안 별로 소위원회를 나누어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당 추천 위원들 중에는 정보통신망 관련 법안에 대해 전문가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미발위의 성격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의견이 엇갈린다. 위원회의 성격은?

    처음 여야가 미디어법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했을 때 합의문이 있는데 이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의문에는 분명 자문기구라고 명시돼 있다. 자문기구의 성격이지만 합의된 안에 대해 국회가 절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디어 관련 법안 중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하도록 허용하면 대기업에 유리하게 불공정 보도를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법이 통과된다고 대기업이 바로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상파를 더 허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지상파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허용하게 된다.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우선 기업이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방송, 컨텐츠 분야의 시장 진출 문턱이 너무 높아 낮출 필요가 있다.

    -미디어 쟁점 법안 중 신문과 방송 겸업을 허용하면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언론이 방송에 진출해 여론 독과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 천 억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사운을 걸고 해야 한다. 현재 방송 3사의 광고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IPTV, 케이블 방송까지 진출하는 상황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통신과 방송이 합쳐지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개별 국가마다 규제가 다르긴 하지만 원천적으로 신문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거의 없다.

    또한 현재는 신문사 영향력도 많이 줄고 있다. 얼마 전 한 조사에 의하면 주요 언론사보다 포털 사이트가 영향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단순히 독과점 문제 때문에 신문사의 방송 진출을 막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신문, 방송까지 다 만들 수 있는 포털 업체가 더 큰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
     
    -현 미디어법 하에서 방송의 편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미디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송 편향성 문제가 어떻게 개선될 거라 예상하는지?

    현재 분명 일부 언론이 편향성을 갖고 있다. 토론회 전에 패널을 마음대로 바꿔버리거나 인터뷰 영상 멘트를 왜곡시키는 등 편향성을 보여도 이를 규제할 법적인 수단이 별로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요청 정도인데 사과방송만 하고 끝낸다. 방송 3사의 언론 독과점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지상파를 더 허용하여 여러 방송사가 경쟁하게 되면 편향성 있는 매체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방송은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여야가 ‘여론조사’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 뜻을 묻고 수렴하는 방법은 필요할 텐데 이에 대한 입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의사를 묻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선거를 거쳐 대표권을 얻은 국회의원이 합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쟁점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또 한 번 들을 필요는 있다. 그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 국민들이 얼마나 미디어 관련 법안에 대해 알고 있고 어느 부분에 대해 반대하는지에 대해 수시로 여론조사를 해 추이를 살펴보고, 이를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입법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해야한다. 국가 중요 정책을 여론조사로 평가하고 결정하자는 민주당측 주장은 반민주적 발상이다. 
     
    -미발위에서 종국적으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시는지?

    미디어 관련 법안은 주요 쟁점 외에도 여러 사안이 있다. 정보통신망 관련 법안 들은 반드시 처리해야 할 문제다. 이에 대해 합리적인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머지 사항은 합의가 불가능하다. ‘o’ 아니면 ‘x'인데 상대측 위원들이 입장을 바꾸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사안별로 전문 소위원회를 나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것까지도 반대한다면 민주당측 추천 위원들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