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정된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이하 정피모) 주최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렸다.

    이날 정피모는 대표 정백향(39, 당시 31세)를 비롯한 정피모 회원 진 모씨(27, 당시 19세) 오 모씨(37, 당시 29세)를 강제로 개종시킬 목적으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감금한 목사와 정신과 전문의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맹점을 설명했다.

    정피모는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신보건법 제24조는 여전히 정신과 전문의의 재량권이 과다부여돼 있고,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로 입원이 될 경우 퇴원이 더 어려워져 인권침해를 막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24조는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01년 개종을 목적으로 자신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남편과 개종 목사, 신도 3명,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병원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해오다가 지난 10월9일 ‘피고들은 3200만원을 배상하고 1, 2심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라’는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의 특이 사항은 정신과 전문의와 의료법인 ㅊ정신병원에도 불법행위 책임을 강력하게 물었다는 것이다. 형사재판에서도 정신과 전문의 신모씨(39)와 박모씨(45)는 항소심에서 감금죄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계류 중이다.

    대볍원은 10월 23일 정피모 회원 3명을 정신병원에 감금하도록 적극 개입했던 개종전문 목사 진용식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부위원장, 월간 현대종교 편집위원)와 이단클리닉 조직원들의 강제개종 행위에 대해서도 “신체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무시한 중차대한 범죄행위”로 판단하고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륩위반(야간, 공동강요·감금방조)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정 대표는 “이들은 개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맹점을 악용하여 가족들을 충동하고 병원까지 소개·안내 하는 등 피해자들을 정신병원에 감금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고 밝히고 “가정해체와 인권유린이라는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24조를 폐기하고, 정신적으로 치료를 요하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조항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각계 전문가들도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문제점 인식 공유

    정 대표는 2000년에 개종목적으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65일간 감금됐던 진씨와, 82일간 감금됐던 오씨, 그리고 2001년에 71일간 감금됐던 자신도 가족 2인의 동의로 강제입원됐었다며 “올 5월에 실시한 정피모 회원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무려 85% 이상이 2인 이상의 가족이 입원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개정된 제24조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조치”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정신보건법 제24조가 인권침해 근거가 된다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폐지할 경우 국가 재정문제와 이권 관계 단체의 반발, 정신보건 제도의 전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정부와 입법 관계자들이 유명무실한 법 개정으로 본질적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의무자의 동의에 의한 입원은 병원과 사적인 거래를 통해서 인신구속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로 치밀하게 짜여져 있고, 모든 정상인들까지 강제입원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상한 제도”라며 “위헌적 요소도 분명히 있는 세계에 부끄러운 수준의 악법이다”고 지적했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계 기준으로 보면 법률 자체에 이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강제입원 조항이 있는 것은 상당히 낙후된 것으로, 병원이 치료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감금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 사건이 큰 교훈이 돼 앞으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 법 개선과 함께 의료진의 각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명숙 변호사는 “현행 보건법상 환자 본인이 원하지 않는 입원을 시킬 가능성이 너무나 농후하고, 치료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람을 감금하는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다른 목적으로 인신을 구속하는 수단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충분한 검사와 객관적 자료에 바탕을 두고 꼭 입원의 필요성이 인정될 때 입원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순녀 인권연구소 소장은 “정신보건법 제24조는 보호자들이 강제로 입원시키는 문제있는 제도”라며 “이 제도가 개선돼 정상인까지 억울하게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사례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