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이 이른바 9월 위기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월 위기설은 만기를 맞은 외국인 고유채권이 여느 달보다 5배 내지 10배 정도 많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렇게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에 환율과 금리가 올라가고 금융기관과 일반 기업들이 부도위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9월 위기설은 현실화 가능성을 떠나 환율을 올리는 등 경제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여권은 진화에 애를 쓰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9차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국민들이 12년 전을 생각하면서, 왜 튼튼한 흑자기조가 무너지고 왜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달러나 나오기 시작하느냐고 우려하기 시작한다. 지금 언론에 보면 9월 위기설이 나오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데 나는 9월 위기설을 믿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여기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극복할 수 있는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다 위기라고 하면 70~80%인 위기가 100%로 갈 수 있지만 지혜를 모으면 선진화, 경제 살리기가 제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경제통으로 손꼽히는 이한구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 "상당히 근거가 부족하고 비과학적인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당국이 정말로 아주 무능하거나 아니면 위험한 짓을 한다 하는 그런 가정에서나 현실화 될 수 있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은 외국인이 채권투자에서 대거 빠져나가고 환율도 오르는 등 여러 상황이 겹쳐 주식시장이 상승탄력을 소진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완전히 빠져나간다고 해봤자 그 금액이 6조5000억 원 정도로 외환보유고하고 비교해봐서는 별로 큰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또 그 주식시장 문제, 이런 것은 국내경기, 실물경기를 어떻게 우리가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며 극단의 상황으로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반론했다. 또 이 의원은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보유채권이 완전히 빠져 나갈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가 정말로 뭐를 크게 잘못해서 위험한 짓을 하지 않는 한 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달 31일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단기외채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기술적인 데다가 1년 안에 우리가 받아야 할 채권을 고려하면 오히려 1000억 달러 정도 많고 이제 대외지불능력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큰 위기는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도 지난 달 29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 강연에서 9월 금융위기설과 10월 외환위기설에 대해 그다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단기 외채의 상당 부분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은행의 채무라면서,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매도 매수가 활발해 미래 수익에 기반한 일시적 차익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