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교육부가 15일 개별학교 운영을 하나하나 지시·감독하는 근거였던 '포괄적 장학지도권'을 폐지하고 방과후 학교, 수준별 이동수업, 모의고사 등에 관한 29개 세부지침도 없애기로 했다. 이를테면 방과후 수업에서 누가 뭘 어떻게 가르치든 학교가 알아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일선학교가 학칙을 만들 때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 인가를 받던 것도 학교 홈페이지에 공시(公示)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 학교들은 수업시작 종을 아침 몇 시에 울리느냐 하는 것까지 교육부 지침을 받아 해왔다. 학교가 지역 현실, 학생 수준에 맞춰 독자적 교육 프로그램을 갖는다는 건 꿈도 꾸기 힘들었다.

    대한민국 공교육(公敎育)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입시를 바꿔서 되는 게 아니라 학교를 바꿔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교운영의 재량권을 준 뒤 다른 학교보다 좋은 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2010년부터 중3들이 학군(學群)에 관계없이 고교를 선택하는 '선(先)지원 후(後)추첨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고교들이 학생·학부모들을 상대로 '학교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방과후 수업을 골라 듣게 하겠다, 수업만족도 조사를 하겠다, 교복 디자인을 세련되게 바꾸겠다는 식으로 다양한 약속을 내놓고 있다. 학생·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준 것만으로 학교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중심은 교장 선생님이어야 한다. 단순한 학교 관리자에 머물지 않고 공교육 개혁을 선도하고 촉진하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교장이 자기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명 인사 초빙강연을 갖거나, 지역의 은퇴 과학자를 모셔 특강을 하게 하고, 시장과 담판을 지어 식당시설을 현대화하고, 학력이 처지는 아이의 학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학교 CEO' 역할을 한다면 그 학교는 발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선학교에 한꺼번에 자율을 주면 부작용도 생길 것이다. 과도기엔 그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학교마다 자율을 얻고 난 후 결과를 공개하게 만들면 얼마 안 가 못하는 학교는 잘하는 학교를 보고 배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곤 못 배기도록 누구보다 학부모들이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장과 교사에게 자율을 주고 어느 학교 어느 선생님이 더 잘 가르치느냐를 겨루게 하는 일, 그것이 대한민국 교육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