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9월 13일 발표된 『국방개혁 2020』의 개선을 위한 대전제는 국방전략의 체계화와 국방능력의 향상에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국방개혁의 핵심은 평시관리보다는 전투작전능력의 제고에 있는 만큼 발생 가능한 도전을 상정하여 이를 정확히 분석하고 이들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정도이다. 그것은 이 순간에도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북한과 주변국들로부터의 위협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정권의 지속적인 대북 포용정책과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로 인한 위협은 줄어들기는커녕 심화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과의 정규전 형태의 전쟁을 통해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의 전면적 침공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력 수준을 통해 볼 때 남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강압적이거나 선별적 형태의 전쟁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1980년대를 기점으로 정규전 형태의 전쟁 개념에서 대량실상무기를 활용한 전쟁 개념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은 미사일과 핵무기 같은 대량실상무기를 꾸준히 개발해왔다. 이에 따라 이들 무기를 실전배치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미국 랜드(RAND)연구소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Bruce W. Bennett) 박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2020년까지 탄도미사일을 이용해 운반되는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2007년 10월 5일, Revisiting the ROK Defense Reform Plan 2020)

    게다가 취약한 북한체제로 인해 향후 자국민의 통제조차 불가능한 비상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북한지역에 대한 남한군의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방지하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지속적인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가 이상과 같은 복합적인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방개혁 2020』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주변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 북한의 침공에 대한 방어, 유사시 북한지역에 대한 군사작전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전쟁은 준비, 방어, 전환, 공세, 안정화 단계를 거치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우리 군의 군사체계는 주로 준비와 방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작전환경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북한의 침공에 대한 준비와 방어 위주에서 향후에는 유사시 북한지역에 대한 공세, 안정화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군사체계를 개혁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곧 방어에서 전환하여 공세와 동시에 안정화 작전을 곧바로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구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적을 강력하게 억제하기 위한 최상의 방안은 적을 격퇴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방개혁은 반드시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 북한의 붕괴 또는 내전과 같은 유사시 북한지역에 대한 점령과 정권 교체, 대량살상무기 제거와 안정화,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작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 점은 우리 군에게 방어 위주의 군사력보다는 공세적인 군사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국방개혁 2020』의 핵심 목표 또한 이들 유사사태(有事事態)에 대처하기 위한 "적정 수준의 군사력 규모" 유지와 "군사력의 질" 제고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명백해 진다.

    이와 같은 전제 하에 『국방개혁 2020』의 타당성 재검토를 위한 기능적 측면의 적합성 여부와 자원 측면의 적합성 정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첫째 기능적 측면의 적합성 여부이다. 이에 대해 베넷 박사는 방대한 규모의 예산이 계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까지 우리 군은 완벽한 자립 능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어 측면에서 남한은 북한의 미사일, 핵무기, 장사정포, 특수전 부대 등과 같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나 『국방개혁 2020』에 의한 병력 감축으로 전선 방어가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에 따라 후방 방어뿐 아니라 북한 침공의 격퇴 후에 진행될 북한지역에 대한 공세와 안정화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베넷 박사는 이상과 같은 여러 요인을 종합해 볼 때 향후에도 최소 50만 명에 달하는 지상군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2020년까지 감축이 완료될 37만 정도의 지상군으로는 방어, 공세, 안정화로 이어지는 임무의 수행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둘째 자원 측면의 적합성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 이는 국방예산 문제와 직결된다. 일반적으로 국방예산의 편성에 앞서 편성할 국방예산이 적정 수준인지, 국방예산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지와 함께 국방예산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국방예산이 다루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필요한 국방예산의 부족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2006년과 2007년의 경우를 보면 필요한 국방예산에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방개혁 2020』은 병력 감축으로 나타나는 전력 공백을 첨단장비로 대체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예산 확보 부족과 같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국방개혁 2020』의 입안 당시에는 방어, 공세, 안정화에 이르는 과정에서 미 지상군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갈수록 미 지상군 역할의 신속성과 충분성을 기대한다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개혁이 완료되는 2020년 시점에서 상정하고 있는 우리 군의 규모와 구성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국방개혁 2020』은 장기적인 고려에서 대단히 유용한 계획이기는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의 상황 변화는 이에 대한 재평가와 수정이 불가피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방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싼 안보환경의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고려가 있어야 하며 그 중점은 이를 위한 충분한 병력과 무기운용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이와 같은 전제 하에 핵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인 전략 개발,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 이후 북한의 공격에 대한 방어와 북한지역에 대한 공세 및 안정화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전략 개발, 미 지상군의 역할 축소에 따른 한국군과 미군의 역할 조정, 한국군 현역의 적정 규모와 육해공군 구성비 설정 및 적정 예산 확보, 의무복무기간의 재조정과 효율적인 인력과 물자 동원 체계 개발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