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후보가 60%에 가까운 높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대체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믿음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서민들의 생활은 참 어렵다. 수출이 잘 되고, 성장이 계속되더라도 서민들의 생활고는 변함이 없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성장 동력을 키우면서도 그 과실이 넓게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주거비·교육비의 부담을 줄이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양극화 상황에서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는 큰 의미가 없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것보다야 높은 것이 좋겠지만, 서민들이 관심을 기울일 지표가 아니거나 적어도 그런 종류의 약속은 공허하기 십상이다.

    이명박 후보의 비전과 정책을 원점에서 재고하라는 주문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이다. 기존에 내놓은 비전과 정책들의 대부분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이 후보의 실용주의 노선은 상황에 맞는 진단과 처방을 할 때 의미가 있다.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이 시대에 맞지 않으면 뜯어고치는 것이 실용주의이다. 선거 때마다 상대 정당과의 차별화에 연연하여 오른쪽 끝으로 달리는 타성을 극복하는 것이 실용주의이다. 최근에 이명박 후보가 주장한 ‘당 개혁’의 요체는 ‘보수 근본주의’의 혁파이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은 지지율에 반영되어 있다.

    이명박 후보는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실패한 것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말하는 대로 ‘좌파’이기 때문이 아니다. 서민 경제보다는 딴 일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거사 청산 등 민생과 별로 관련이 없는 일에 몰두하고, 야당 및 언론과 싸우는 일에 너무 많은 힘을 뺀 것이다. 그리고 공공 기관 이전 등을 통해 전국의 땅값을 폭등시킴으로써 서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 정권이 잘한 것도 상당수 있겠지만, 서민 경제의 실패 때문에 다 묻혀버렸다.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모두 노무현 정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요컨대 노무현 정권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국정 의제(agenda)의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한 일인데, 이명박 후보는 이 대목을 잘 음미해야 한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비전과 정책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그리고 설령 타당성이 있더라도 우선적으로 내세워야 할 의제인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정부가 국민들의 빈곤을 모른 체 해도 좋다는 것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가 존재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 일어설 수가 없거나 일어서는 데 힘겨운 사람들에게 일으켜 세워주거나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일 때문이다. 적어도 비를 맞고 있는 국민들에게 우산을 씌어주지는 못하더라도 비를 함께 맞을 수 있는 정부와 정치가 되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는 왜 우리 국민들의 다수가 자신을 지지하는지를 잘 헤아려 서민 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서민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등 총체적인 지표보다는 취업 상황, 소득 분포, 주거비·교육비 수준 등 서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지표의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명박 후보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질 때만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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