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경선과 관련, 여론조사 설문문구를 놓고 벌어지는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간의 논란을 지켜보는 범여권 내에선 '이러다가 이·박 둘다 대선에 나오는 것 아니냐'며 '엉뚱한'(?) 우려감을 내보이면서 향후 범여권에 미칠 파장에 적잖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악의 경우 여론조사 설문문구를 놓고 이·박 두 후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 경선이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인데, 극단적으론 만약의 경우를 상정하고 복잡한 셈법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자칫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올 연말 대선구도 자체가 일순간 어그러지는 동시에 판 자체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그야말로 대선 자체가 ‘소용돌이’로 빠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설문문구 논란과 맞물려 범여권 안팎에선 이같은 가능성을 상정한 언급들이 부쩍 잦고 있는데, 범여권에 미칠 영향에 적잖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경선의 원인무효행위로 인해, 이·박 두 후보가 대선에 나설 경우 범여권은 현재의 지지율 판세 고착화에 따른 범여권 후보의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이다.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구도시 전선의 명확화로 지지층 결집을 불러올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판 전체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전선 구도가 약화되는 상황이 온다는 설명이다.

    뚜렷한 전선 구도가 형성되지 않으면, 현재 한 자리수대 지지율 양상의 극복을 위한 계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현재의 판세가 대선 끝까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박 두 후보를 중심으로 한 1·2위 그룹과 그 뒤를 쫓는 범여권 후보 양상의 판이 짜여지면서 올 연말 대선에서의 범여권의 악전고투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일부가 범여권의 지지층과 겹치는 상황과, 이 후보에게서 이탈된 지지층이 범여권의 지지로 흡수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범여권으로서는 명확한 1:1 전선이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선 지지층 결집이 소원하다는 것.

    이와 관련,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구도를 볼 때, 이명박 후보든 박근혜 후보든 국민에게 직접 심판을 받고 싶어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런 (설문문구 합의 실패에 등에 따른 한나라당 내 경선 무효)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럴 경우 범여권으로선 현재 판세의 고착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범여권 관계자는 “한나라당 두 후보간의 설문문구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결국 경선도 원인무효행위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러면 각자 대선에 출마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범여권이 대통합을 내세우며 단일 리그에서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한나라당 내부의 사정 변화는 극단적인 경우, 범여권의 사정 변화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한 모습이다.

    한편, 이날 오전 윤호중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설문문구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경선관리위원회의 안을 언급하면서 “선호도 조사를 경선에서 표로 환산하겠다는 발상은 정말 여론조사의 ABC도 모르는 것”이라고 힐난한 것도 이같은 측면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