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링’ 위에서 싸우고 있는 이(李)·박(朴) 후보의 투쟁 양태(樣態)를 쳐다보며, ‘꼭 이렇게까지 하면서 대통령이 되어야 하나’라는 의문과 ‘대통령이 되려는 분들이 이런 식으로 싸워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동시에 생기는 것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후보를 보는 특이한 정서체험이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경선 싸움은 가히 선의의 경쟁을 이미 뛰어넘어 ‘너 아니면 나 둘 중에 하나가 죽어야 한다’라는 식의 사투에 가까운 좀 심하게 얘기하면 천(賤)하디 천(賤)한 요상한 싸움이 되어버렸다. 같은 당(黨)이 두 패로 갈리어 상대를 해코지하는 모습은 가히 ‘일품 투견’과도 같은 모습이다.

    박근혜 후보 측이 선대위 명의로 이명박 후보 칠패지약(七敗之弱)이라는 자료를 내고 이명박 후보를 세차게 파상 공세하고 있다.

    칠패지약, 사전에도 없고 고사성어에도 없는 요상한 사자성어를 만들어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박근혜 후보 측의 조어(造語)능력은 가히 일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칠패지약의 내용은 다름 아닌 1)부동산 비리 의혹, 2)경제전문가 주장 허상, 3)법질서 의식 부재, 4)국정경험 별무, 5)외교안보 취약, 6)당(黨)발전 기여 부족, 7)지도자 품성의 문제 등의 내용을 뜻한다.

    박(朴) 후보 측이 이(李) 후보를 칠패지약이라며 공격한 내용을 따지자면 이명박 후보는 인격적으로, 도덕적으로, 리더십 측면에서도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칠패지약으로 이(李)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 박(朴) 후보 측의 사자성어(칠패지약)는 한마디로 ‘이명박은 대통령 후보 자격이 전혀 없다’라는 프로파겐더를 단적으로 표현하려한 모욕적인 상징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도 같은 당(黨)의 대선 후보(박근혜) 측이 여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다른(이명박) 후보에게 칠패지약이라는 슬로건을 안겨준다는 것 자체가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매우 민망스럽고 어색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박(朴) 후보 측이 이(李) 후보를 향해 ‘취득 목적과 과정의 불분명, 비연고지 과다 보유, 친인척간 단기 매매, 비상식적인 처분, 친인척 및 측근에 대한 개발정보 유출 의혹 등 언론에 제기된 부동산 비리 의혹은 가히 백화점 수준’이라는 말까지 동원하면서 이명박 후보를 마치 부동산투기꾼처럼 암시하는 부분에서는 ‘이거는 너무 심하지 않나’하는 느낌이 솟는다.

    참으로 딱하기도 하다.
    의혹만을 가지고 끝없이 쟁점화를 시켜서 상대방을 공격한다면 공정한 싸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야 칠패지약 아니라 칠천패지약도 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박(朴) 후보 측이 이(李) 후보의 나타나지도 않는 부동산 의혹을 사실화 가정(假定)을 통하여 무시무시한 공세를 취한다면 오히려 부동산 문제에 대하여 면역체계만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박(朴) 후보 측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 정황 추측만을 가지고 이명박 후보가 마치 부동산투기꾼인냥 지나치게 몰아가서는 안 된다.

    설령 이(李) 후보가 실제로 부동산 투기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재산 형성을 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그 시대상황에서 자기 돈을 가지고 부동산을 사서 그것이 시간이 지난 후에 시세 차익이 생기면, 그 부(富)를 축적하는 것이 자본주의 국가의 발전과정에서 있었던 불가피한 과거의 관행이었다고 항변한다면, 박 후보 측은 무엇이라고 답변하겠는가.

    이(李) 후보가 권위주의 시대에 CEO를 했다는 것은 현대적 의미에서 CEO의 역할과는 보는 이에 따라 관점이 매우 다를 수 있다. 당시 굴지의 회사, 더더욱이 굴지의 건설사 사장이었던 이명박의 CEO는 정경유착이라는 옳지 못한 동시대의 부도덕성과 결코 절연할 수 없는 동시대 가치관 속에 서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와 동시대에 살았던 분들도 박 후보를 비롯하여 박 캠프에 대단히 많을 것이다.

    칠패지약을 거론하며 이(李) 후보 인격을 파탄시키는 박(朴) 후보 측의 파상 공세는 지나치다는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이명박 후보는 결코 도덕적으로 깨끗한 CEO였다고 만은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클린을 외치는 박근혜 후보도 최태민 의혹을 비롯하여 주위에 풀리지 않는 의혹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싸우려면 신사적으로 싸우는 편이 오히려 ‘플러스’가 된다.
    도덕적 잣대를 판단하는 판관은 유권자인 국민이기 때문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