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이 대통합 활로 찾기에 안간힘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곳곳이 온통 ‘지뢰’ 투성이다. 헛발을 내딛는 순간 ‘대통합이고 뭐고 아주 끝장날 판’이다.

    범여권 관계자들은 일제히 박상천 중도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범여권 대통합 성사 여부의 핵심 ‘뇌관’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거취 문제, 즉 유 전 장관의 대통합신당 합류 여부도 범여권 대통합의 고심거리오 떠오르는 모습이다.

    범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10일 뉴데일리와 만나 대통합 문제와 관련, “유시민은 뇌관도 아니다. 가장 큰 뇌관은 박상천”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 불가, 열린당 해체론을 내세우고 있는 박 대표의 기존 스탠스에 변화가 일지 않는다면 범여권 대통합은 요원하다는 것.

    이날 오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통합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선 대통합 추진 방안을 놓고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대통합파간의에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당 해체론을 앞세운 지도부에 대통합파가 '대통합 결단'을 촉구하며 탈당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신중식 의원은 이날 워크숍 주제발표를 통해 “대통합은 절대절명의 과제다. 서로 기득권을 접어야 한다”며 지도부가 기득권을 포기하고 ‘제3지대 대통합신당 창당’에 나설 줄 것을 촉구했다. 이미 김효석 이낙연 신중식 의원 등 대통합파는 지도부의 대통합 결단을 촉구하며 14일을 전후로 한 탈당 배수진까지 치고 나선 상태다.

    여기에 더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9일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에게 “대통합 이외에는 길이 없다”며 ‘최후통첩’을 한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이다. 김 전 대통령이 “대통합 걸림돌이 되거나 대통합을 실패하게 하는 지도자는 내년 총선에서도 실패할 것”이라고 '협박'한 대목은 박 대표에게 하는 말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박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아직까지 녹록치 않다는 게 범여권 안팎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범여권 핵심 관계자는 “동교동계의 영향력이 예전만 같지 않고 대통합파도 실질적인 행동을 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합파도 대통합이란 원론적인 입장에서 박 대표를 압박하는 수순일 뿐이지, 통합민주당 탈당으로까지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합을 위한 뾰족한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의 탈당은 또 다른 분열의 고착화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통합민주당 서울지역위원장 33명도 이날 “열린당 일부세력과 열린당을 탈당한 무소속 국회의원들은 정책노선을 무시한 채 비한나라당이라는 명분으로 무조건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무차별적 대통합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을 통해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중도개혁 대통합이 이뤄지려면 열린당의 해체가 선행돼야 한다”며 “열린당과의 당대당 대통합은 결코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고 대선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