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대통합 추진 문제가 활로를 찾지 못한 채 또 지리멸렬 상황으로 빠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강도 높게 대통합을 주문하고 나섰다. 연이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은 김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가 이번엔 과연 ‘약발’(?)이 먹힐지 주목된다.

    12일을 전후로 예상되는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박상천·김한길 중도개혁통합민주당 공동대표, 탈당 의원 모임인 ‘대통합추진모임’ 정대철 대표간 4인 회동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대통합 이외에는 길이 없다”며 “대통합에 기여하는 사람이 국민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 전 의장의 핵심 측근인 김현미 의원이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대통합의 걸림돌이 되거나 대통합을 실패하게 하는 지도자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실패할 것이며 아무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통합 주문의 강도를 높였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은 온통 한나라당에 쏠려 범여 후보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며 “대통합이 되면 그 순간부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누가 제일 대통합에 헌신했느냐가 (국민 관심의)판단기준이 될 것”이라며 “국민을 앞세우고 자신을 뒤로 밀쳐놓고 대통합에 헌신하면 국민이 앞으로 밀어 올릴 것이다. 국민경선을 해서 한나라당과 일대일로 경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남북관계와 6자 회담을 병행하여 노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 잘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전환은 다행스럽다. 이제는 풀려갈 것이다. 성공하면 북한도 미국도 이익이고, 안되면 모두가 손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정상회담은 이번 정부 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이어서, 제3기 정부에서는 이제 열매를 맺어야 할 때다. 우리 국민이 위대하다. 온갖 역풍 속에서도 포용정책을 지지해준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장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포용정책은 온갖 역풍을 뚫고 한반도 평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제 제3기 민주정부 창출을 통해 꽃을 피워야 한다”며 “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의 정통성을 잇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통합을 이뤄내고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가 되도록 공정한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50여분간 이뤄진 이날 예방은 정 전 의장이 지난 3일 대선출마선언 직후 전화 통화를 통해 김 전 대통령에게 ‘찾아뵙겠다’고 말해 성사됐다.

    김 전 대통령의 이날 대통합 주문은 그간의 발언보다는 다소 강한 뉘앙스로, 지난 8일 범여권 주요 정파 4인간 회동에서 ‘열린당 해체’와 ‘친노 배제론’을 둘러싼 이견으로 대통합 합의가 무산된 데 따른 범여권 위기의식과도 무관치 않은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