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9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본보의 ‘유력 대선주자 연쇄 인터뷰’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며 기사 게재를 내년 8월 21일까지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언론사들에도 같은 공문을 발송하겠다고 한다. 선관위의 느닷없는 주문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자의적 법 해석이다.

    공직선거법 82조는 ‘언론기관은 대통령선거일 전 120일부터 대담·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를 보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보 인터뷰 기사가 ‘대담’에 해당돼 규제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법 81조 2항 ‘대담’의 정의(定義)는 ‘사회자 질문자 외에 청중까지 있는 공개집회’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 기자의 1문1답 인터뷰 기사는 별개의 영역이다.

    국정최고책임자가 되려는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는 시기에 구애받을 수 없다. 인터뷰 기사는 언론 자유와 알 권리 차원에서 제약 없이 언제든지 게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과 정당은 폭넓게 말해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다음 선거의 준비를 시작한다. 선관위 해석대로라면 이런 정치인들의 일상(日常) 발언은 취재를 해도 국민에게 제때 다 알릴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대담·토론회에 대한 규제는 ‘공정한 선거관리’라는 최소한의 목적을 위한 것이다. 그 수준을 넘는 과잉 법 해석이 가능하다면 애초부터 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므로, 개정해야 마땅하다. 정치인의 자질을 검증해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언론의 역할은 상시적(常時的)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언론의 사명이요 존재 이유다.

    야당과 예비주자들은 선관위 조치를 일제히 비난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과도한 규제’라면서도 은근히 즐기는 듯한 반응이다. 앞에서 뛰고 있는 야당 예비주자들을 견제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살 만하다. 선관위는 독립적 중립적 위상을 지켜 낼 때 존재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