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 당단풍나무인데 고로쇠나무라고??" 내가 알고 있는 나무가 분명한데 다른 사람들이 다른 이름으로 부를 때 황당하지 않으세요??

    나무 이름은 한 나무에 한 개가 맞는 것 같지만 나무이름은 한 나무에 반드시 한 개가 아니며, 또한 한 개의 이름이 반드시 한 나무만을 가르키는 것도 아니다. 

    물론 학술적으로는 학명을 사용하여 한 나무에 한 개의 명칭을 부여하여 혼동을 방지하지만, 일반적으로 생활에서는 별칭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별칭을 포함해서 무려 15개 이상의 별칭을 갖는 나무도 더러 있다. 지방에서 토속적으로 사용하는 방언을 제외한 숫자이니 방언을 포함하면 나무의 이름은 더욱 많아진다.

    이렇듯 나무이름이 10개 이상의 별칭을 갖는 나무는 당단풍나무, 개박달나무, 팥배나무, 고추나무, 졸참나무 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 당단풍나무, 개박달나무 그리고 팥배나무는 15개 정도의 별칭을 갖고 있다. 

    단풍나무과의 당단풍나무는 한자로 당단풍(唐丹楓)이라고 쓴다. 한문을 보면 당단풍나무는 ‘당나라 단풍’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지만 당단풍나무의 단맛 수액을 생각하면 ‘당나라 단풍’보다는 ‘단맛이 있는 단풍나무'라는 당단풍(糖丹楓)의 뜻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당단풍나무의 별칭으로는 고로쇠, 고로실, 넓은 고로실, 단풍나무, 박달나무, 산단풍, 섬단풍, 왕단풍, 털단풍 등이 있다. 수액으로 유명한 고로쇠나무로도 불린다는 것은 그만큼 당단풍 나무의 수액도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작나무과의 개박달나무는 ‘변변치 못한 박달나무’의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외의 별칭으로 개박달, 긴잎개박달, 긴잎박달, 남포박달, 뚝개박달, 물박달, 숲박달, 웅기자작나무, 짝작이, 참박달, 화엄개박달 등으로 불린다. 특이하게 개박달나무의 경우에는 변종으로 분류했던 것을 개박달나무로 통합하면서 별칭이 다른 수종에 비해 더욱 많아졌지만 한 수종에 이렇게 많은 이름이 붙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장미과의 팥배나무는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지어졌는데 ‘작물의 팥과 먹는 배와 비슷한 나무’를 의미하며 팥벌배나무, 긴팥배, 둥근팥배, 물방치나무, 물앵도나무, 산매자나무, 왕잎팥배, 운향나무 등 15개의 별칭을 가지고 있다. 

    고추나무과의 고추나무는 잎의 모양이 고추의 잎과 비슷한데서 유래하는 이름으로 개절초나무, 고치때나무, 가자귀나무, 넓은잎고추나무, 매대나무, 미영꽃나무, 민고추나무, 반들잎고추나무, 쇠열나무, 철쭉잎 등의 별칭으로 불린다. 

    짝자래나무는 잎이 나는 모양이 어긋나서 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갈매나무, 만주짝자래, 연밥갈매나무, 자래나무 등으로 불리고, 축축한 물가에 자라는데서 붙여진 물오리나무는 덤불오리나무, 산오리나무, 털물오리리, 털떡오리나무 등으로 불린다.

    나무의 사용용도에 따라 이름을 짓기도 했는데, 떡을 싸는 갈잎으로 쓰인데서 유래된 떡갈나무는 가나무, 가랑닢나무, 선떡갈나무, 왕떡갈, 참풀나무 등의 별칭이 있고, 말오줌나무는 말의 부기를 가라앉히는데 쓰는 약에서 유래해 붙여진 이름으로 말오줌때, 말오즘나무, 울릉딱총나무, 울릉말오줌대 등으로 불린다.

    이 외에도 마삭줄, 산딸기, 민둥인가목, 신갈나무, 개다래. 사스래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5개 이상의 별칭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나무에 여러 개의 이름이 있어 부를 때마다 헛갈리긴 하지만 나무의 이름은 쓰임에 따라, 모양에 따라, 자라는 곳에 따라 다르게 불려져 왔다. 이렇듯 나무의 특성과 개성을 생각하면서 이름을 불러보면 나무를 보는 재미가 더욱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