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시선집중의 압권은 무엇보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행보다. 일단 ‘게임’이 끝나면 승부사들은 ‘승리’와 ‘패배’라는 둘 중 하나를 선택받게 되어 있고, 동시에 ‘영광’과 ‘실패’중에 그 하나를 숙명적으로 안게 되어 있다.

    이재오 의원은 당대표 경선 전 여론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막상 투표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패배라는 쓰디쓴 결과를 맛본 셈이어서 더욱 승복하기가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무를 보이콧하고 절에 들어가서 울분(?)을 삭이기도 했고, 이재오 최고위원의 말 한마디, 모습 한 장면은 정가와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민생탐방’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3주 이상을 독자적 행보를 마치고 당에 복귀한 이재오 최고위원은 또 다른 독자적인 모습으로 강재섭 대표와는 차별성 있는 언행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강재섭 대표는 ‘서민경제 살리기’를 쟁점으로 내세워 ‘반시장주의’, ‘집단이기주의’, ‘패쇄적 민족주의’, ‘결과 평등주의’, ‘부정부패’ 등을 ‘5대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강 대표는 자영업자, 청년, 노년실업자 살리기의 3대 프로젝트로서 서민경제를 소생시키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이재오 최고위원은 강재섭 대표와는 차별성을 의도적인 듯 보이면서 ‘바다이야기’ 파문을 책임지고,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대정부 비판에 각을 세우고 있다. 더욱 ‘한나라당은 실패한 정책 책임자를 반드시 사법처리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면서, 정부에 대한 공세수위와 강 대표에 대한 차별수위를 연일 높여가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에 마치 중요 정책과제가 두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강 대표는 서민경제를 소생시키겠다고 3대 프로젝트를 제시했는데, 이 최고위원은 ‘바다이야기’로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무언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전국위원회가 열린 회의장에서도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나란히 앉아 대화할 뿐, 입장하는 강 대표와는 인사한번 나누질 않았다고 언론은 주위를 환기한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강재섭 대표에 대한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이 언론에 노출되어 한나라당의 ‘리더십’의 향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대표 경선에서, 여론에는 이겼으나 속칭 ‘색깔론’과 ‘박심(朴心) 때문에 경선에서는 패배했다는 인식을 빨리 지우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승복의 모습은 없는 듯하다.

    ‘박심’과 ‘색깔론’ 때문에 졌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부분에서 빨리 해방되어 한나라당이 혼연일체가 되기를 집권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한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과 승복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은 국민이 기대한 한나라당의 모습에 못 미친다. 따지고 보면 색깔론과 박심이라는 문제도 당연히 경선 전에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다. ‘색깔’에 대해서 ‘선언적’으로 밝혀보라는 재야권의 목소리는, 좌파정권 하에서 나라가 위태롭다고 인식하고 있는 국민들의 당연한 요구다. 그럴 때는 ‘과거 이러이러한 인식에서 이미 떠났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면 되었을 것이고, 박심 문제는 심정적 문제일 뿐이다.

    박심과 이심(李心)은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이 공유한 ‘빽’ 그라운드라는 소문이 파다했지 않았는가…. 박근혜 전 대표는 강 대표를 밀었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재오 최고위원을 밀었다는 소문은 경선 처음부터 널리 인식된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재오 최고위원은 강 대표와 합심하여 한나라당을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경선후유증이 오래가면 갈수록 야당의 당력은 무력화되기 시작한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보다 포용력 있고, 담대한 모습으로 당무에 임하는 자세가 오히려 ‘정치인 이재오’의 그릇을 국민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강재섭 대표와 각을 세운 듯 한 이재오 최고위원의 최근 모습은 그렇게 썩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강재섭 대표의 보다 ‘강한 리더십’의 표출과 이재오 최고위원의 ‘승복 리더십’이 어우러져 강한 야당 한나라당이 되기를 국민들은 진정으로 바라고 있을 터이다.

    <객원논설위원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