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이 중앙일보가 전교조를 개혁 역행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말이 뒤집힌 것이라고 주장하시는 것은 곧 중앙일보가 개혁 역행세력이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중앙일보와 보수진영, 심지어 정부까지도 ‘부와 권력’을 ‘세습’하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보다 많은 교육기회를 독점하려 한다는 주장을 만들기 위해 위와 같은 말씀을 하신 거겠지요?

    그러나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기득권이란 문제에 있어서는 선생님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왜 그런지 가르쳐드릴까요? 수많은 젊은 나이의 교원자격증 소지자들이 교원이 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선생님들이 계시니까요. 정부에서 교원 임용 정원을 늘리지 않아 그런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선생님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사실 교원이 되기 위한 평등을 보장해 준다면 선생님들의 ‘철밥통’부터 우선 깨야하지 않겠습니까?

    교원 구조조정이 교육양극화의 원인이란 점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교육현장을 보면 교육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선생님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교육에 열의가 있는 젊은이들이 새로 교육현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회를 터주는 일이 합리적일 겁니다. 물론 그렇지만 교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선생님의 입장은 이해가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것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중앙일보와 보수층의 주장을 단순히 기득권 지키기 하나로 정리해버립니다. 선생님이 앞서 예로 드셨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례만을 들어 전체를 예단하는 식의 오류와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오히려 선생님 역시 정치적 의도가 있음이 묻어납니다. 전교조의 입장을 반대하는 이들을 자기 밥그릇이나 지키는 이들로 정의해 버리면 상대적으로 전교조는 정의의 집단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중앙일보나 보수층이 밥그릇 지키기에 앞장서는 집단이라면 전교조 역시도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미 전교조 역시 기득권 집단이며 강한 권력집단 가운데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보수언론이 전교조 비판에 앞장 선다는 것 자체가 전교조가 강한 조직이란 근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 일반 시민들은 결국 전교조와 중앙일보와 같은 보수층 가운데 더 합리적인 대안을 제공하는 편의 손을 들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에는, 물론 제가 보수적인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보수층의 주장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앞서 충분히 밝혔습니다.

    송원재 선생님의 이상한 소설쓰기

    송 선생님의 기고문 하단을 보면 난데없이 엉뚱한 소설이 등장합니다. 마치 젊은이들의 표현을 빌리면 ‘쌩뚱맞다’고나 할까요? 중앙일보와 보수층이 전교조를 비판하므로서 진보개혁세력이 군사정권과 맞서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를 하나하나 부정하고 있고, 보수사회의 전교조 죽이기는 우리 사회의 진보개혁운동에 대한 광기 어린 저주의 서곡이 되어가고 있다고요?

    여기에는 선생님의 편향적 시각이 너무나 짙게 드러납니다. 지금 보수층이 비판하고 있는 것은 전교조의 평등주의적 의식과 함께 통일교재 문제에서 드러난 특이한 전교조의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통일교재 문제가 진보개혁세력이 군사정권과 맞서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인가요? 학교 평준화가 진보 개혁세력이 군사정권과 맞서 이룩한 민주주의의 성과인가요?

    민주주의는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민주주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도 있고, 엄연히 한국 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입니다. 자유민주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정당들이 압도적인 지지세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우리 사회를 끌어가는 통념은 자유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전교조는 이런 자유민주주의 노선을 거부하고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추종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제 말씀이 현실과 다르다면 다르다고 말씀해 보십시오.

    그런데 그런 노선이 현실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과 보수층이 전교조와 전교조의 노선, 기존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체 이 비판과 민주주의의 성과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그리고 선생님의 주장에 담긴 뉘앙스를 보면 마치 보수층이나 중앙일보가 군사독재정권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식의 느낌이 듭니다. 선생님은 아직도 80년대에 살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보수층과 정부는 가진 자의 이권만 위하는 반 민주적 세력이니 응징되어야 하고, 곧 전교조는 선이고 보수층과 정부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수사회의 전교조 죽이기는 우리 사회의 진보개혁 세력에 대한 광기 어린 저주의 서곡이라구요?

    그렇다면 보수층과 현 정권이 진보개혁세력 죽이기를 나섰거나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선생님은 선생님의 글에서 ‘전교조도 공적인 단체의 하나인 이상 사회적 판단과 검증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지금 전교조도 보수언론과 보수인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선생님 입맛에 맞는 집단으로부터의 비판은 비판이고, 입맛에 안 맞는 집단으로 부터의 비판은 ‘흑색선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비판이 흑색선전이라면 좀 더 합당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주시길 바랍니다. 보수층이 전교조 비판이 ‘사회적 판단과 검증의 과정’이라면 저주의 서곡이니 뭐니 하는 선생님의 문학적 표현도 무의미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선생님, 끝으로 자유시민연대 대변인 조남현 씨가 쓴 ‘전교조의 일그러진 초상’이란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그 책에 보면 보수인의 입장에서 본 전교조의 문제점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선생님은 전교조의 쇠퇴가 마치 보수언론들의 ‘흑색선전’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다만 엄연히 전교조는 권력화되어 있고 그 권력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민심이 전교조에서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전교조의 이익을 위한 진영논리에 따르는 반박을 위한 글쓰기 보다는 전교조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는 진실한 글쓰기를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저 역시 보수사회의 문제점을 많이 반성하는 글쓰기를 써왔던 사람이기에 그러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