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청와대브리핑’에서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방해하고 공격하는 조직적인 세력은 복부인, 기획부동산업자, 건설업자, 그리고 일부 주요 신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정책의 성패가 이들과의 전쟁에 달려 있다. 치열한 논리싸움·홍보전과 함께 이들과 맞설 수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통령에 그 참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전쟁해서 집값을 잡겠다는 말이다.

    이 정권이 ‘10·29’ ‘8·31’ ‘3·30’ 조치 등 갖가지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은 거꾸로 높이뛰기를 계속해온 것은 모든 국민이 지켜본 대로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서울 집값은 24%, 강남 집값은 53%가 뛰었다. 외환위기 직후 집값이 폭락했다가 되올랐던 것을 빼면 1990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정상적 사고의 정책수립가라면 이럴 땐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경제원리를 거스른 부분을 찾아내 보완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 사람들은 애당초 부동산정책의 문제점은 돌아볼 생각조차 없다. 그 대신 어떻게 하면 이런 정책실패의 책임을 남에게 둘러씌울까 하는 데만 골몰해왔다. 작년 대통령은 “부동산정책은 답이 있는데 사회가 문제”라며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더니, 뒤를 이어 건교부 장관은 “정부 부동산정책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 뒤에는 건설회사가 있다”고 생사람 잡는 무고(誣告)를 하고, 이제 대학교수 출신이란 대통령 참모가 ‘조직적 방해세력’이 있다는 선동을 해가며 권력의 보조금에 기생(寄生)해 사는 정체불명의 친여단체와 운동권세력들을 끌어들여 집값잡기 전쟁에서 ‘홍위병’ 노릇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얼마 전까지 ‘헌법보다 고치기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었다며 관련 공무원들에게 훈장까지 주더니, 그게 먹히지 않자 “부동산정책 우습게 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어디 한번 세금을 내보시라’고 국민을 공갈치기까지 했다. 그것으로도 성이 안 찼는지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경쟁적으로 나서 “부동산 버블 붕괴가 이미 시작됐다”며 부동산 값 무너지라고 주문(呪文)을 읊어대기도 했다. 버블 붕괴 때 최초의 희생자는 집 두 채 있는 돈 많은 부자가 아니라 은행 대출 얻어 간신히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안쓰러운 서민들이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 모양이다.

    적은 힘으로 큰 물건을 옮기는 지혜가 지렛대의 이치다. 정책도 지렛대와 같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경제원리라는 지렛대를 외면하고 미련한 곰처럼 집값이란 바윗덩어리에 몸을 부딪치면서 고함과 비명만 내지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