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한국 정가의 미스터리는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이다. 공천비리나 성추행 파문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높기만 하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대략 30% 대 초반에서 40% 초반까지 나오므로 지지율 평균은 대략 37%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략 이렇게 분석해 볼 수 있다.

    ① 여론조사의 한계

    여론조사 결과는 아예 응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리는 사람들이나 심사숙고하지 않고 아무 정당이나 눌러버리는 이들의 존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여론조사들이 지역성향이 강한 한국의 특수성이나 유권자들의 연령대를 감안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가령 조사대상에 호남 출신 유권자의 가정을 많이 넣었다면 그만큼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고 호남 출신 유권자의 가정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갔다면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낮아질 것이다.

    그 외에도 여론조사 기관에서 답변자의 연령대를 적절히 맞추었는지 모르겠다. 보통 여론조사는 가정용 전화로 행해지는데 사람들이 바쁜 오전 이른 시각이나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저녁시간 보다는 한가로운 오후 시간에 여론조사가 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결국 가정에 있는 사람은 적어도 중년 이상의 주부들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주부들이 주로 답변을 했다면 당연히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② 반 열린우리당 정서의 팽배

    두 번째는 역시 반 열린우리당 정서의 팽배에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일종의 불만성 선택이 많이 나타날 수 있는데 열린우리당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유권자가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일종의 보복 성격으로 한나라당 지지를 표시하는 경우다.

    ③ 열린우리당의 큰 인물 부족도 한 몫

    그리고 열린우리당에 큰 인물이 부족하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는 대권 후보 여론조사 이후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와 같은 한나라당 주자들의 경우 유명세와 중량감이 어느 정도 있는 반면, 정동영, 김근태와 같은 주자들은 대중성이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이명박-박근혜를 선택했다면 다음에 이어지는 정당 지지성향 투표에서도 한나라당을 무심코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④ 열린우리당 자체의 한계와 지지층 분산

    또 다른 이유는 열린우리당 자체에서 한계를 찾을 수 있다. 당초 열린우리당은 당 대 당으로 한나라당과 맞설 수 있는 집단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던 것은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 지지층, 일부 보수층을 끌어 안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정몽준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보수 성향의 일반 시민들도 끌어 안았다.

    정몽준 후보 지지세력들의 공통점은 한나라당과 이념적 색채는 어느 정도 비슷하면서도 한나라당을 낡고 병든 집단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 손을 잡음으로써 이런 ‘산토끼’들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기존의 낡고 병든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산토끼 사냥에 실패해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나 현재 열린우리당의 지지층은 분산되어 있다. 보통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의 지지율을 합산할 경우 한나라당의 지지율과 거의 엇비슷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반 한나라 세력이 현재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 반 한나라 세력이 현재 분산되어 있는 이유는 우선 열린우리당이 생각보다 보수적이며 현재 다가오고 있는 지방선거는 그리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다시금 반 한나라당 기치를 내걸고 똘똘 뭉칠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마라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떨어지지 않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안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공천비리나 성추문 문제 같은 것들은 한나라당의 주요 지지계층인 보수 기성세대들에게는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문제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대강 짐작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별로 선택에 지장을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탄탄한 기존 지지층에다 열린우리당에 실망했거나 불만을 가진 이들이 대거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단순히 열린우리당이 싫어서, 불만이 있어서 한나라당 지지를 선택하는 이들은 신뢰할 수 없는 지지자 집단이다.

    한마디로 2007년 대선에서 그럴 듯한 후보를 내세우고 열린우리당의 간판을 내리거나 2002년 대선의 사례에서 보듯 민주당 간판은 조그맣게 붙이고 ‘노무현’이란 브랜드로 노무현 후보 측이 선거를 치렀던 것처럼 열린우리당의 간판을 구석으로 밀어버리고 새 인물을 영입해 대선을 치른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2007년 대선에서는 반드시 반 한나라 세력이 모이게 된다. 기존 열린우리당 세력+민주당 세력+민주노동당 세력+일부 보수세력이 결합하게 되면 그 덩치는 오히려 한나라당 지지세력 전체 보다도 더 클 것이다.

    지난 2002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는 ‘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싹 쓸어갔고 가진 자들도 한나라당 편이다. 한나라당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다 가져간다. 한나라당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다 가져가면 강남 부자만 잘 살게 된다’라고 대중들을 선동했다.

    2007년 대선은 틀림없이 2002 대선의 구도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2007년은 87년 6월 항쟁 20주년이 되는 해이고 여중생 사망사건 5주기의 해이다. 87년 6월 항쟁을 불러 온 최대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엄청난 빈부격차였다.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 지지층 가운데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86들이 매우 많다. 이들의 시선으로 볼 때 여전히 한나라당은 ‘민정당’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아직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20년 세월이 지났어도 그들은 다시 돌아온다. 87년 6월 항쟁으로 세상을 뒤엎는데 이들 386들이 큰 역할을 했다면 2007년의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이들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보수진영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금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만 보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점점 늘어나는 빈자의 불만을 반드시 여당 지지층들이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할 것이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강남 때문에 못 산다’

    ‘한나라당 때문에 못 산다’

    ‘보수신문 때문에 못 산다’

    ‘가진 자는 부패한 죄인이다’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나눠 가져야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

    ‘한나라당, 미국, 강남부자는 통일의 적이고 민족의 적이다’

    2007년 6월 항쟁 20주년에는 반드시 이런 주장이 다시금 제기될 것이다. 곧 2007년 대선은 반 한나라 세력과 한나라 세력의 ‘아마겟돈’ 전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