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다시 홍씨의 서울시장 예비선거 움직임을 살펴보자. 먼저 홍씨의 온라인 전략을 좀 보자. 온라인 전략을 대강 보면 그 후보가 어떻게 선거에 임하고 있는지 대강 드러난다.

    먼저 홍씨의 홈페이지가 내가 둘러 본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들 가운데 가장 나았다. 전체적으로 홈페이지가 입체적이어서 재미있었고 경쾌한 음악이 나오는 것이 자극적이었다. 그리고 아파트 반값 정책을 팝업창으로 걸어서 광고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되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 식상하게 느껴지므로 홍씨 측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야 할 것이다.

    ‘왜 홍준표인가?’를 클릭하면 평상복 차림의 홍씨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참으로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홍씨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금테안경과 같은 금속제 안경테는 좀 바꾸었으면 한다. 홍씨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금테안경이기는 하나 차갑고 딱딱해 보인다. 그리고 귀족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면 안경테를 바꾸었으면 한다.

    홍씨의 인상을 생각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두 명 있다. 하나는 이회창 전 총재이고, 다른 한 명은 개그맨 이경규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차가운 인상과 홍씨의 인상은 비슷하다. 나는 이회창 전 총재는 인상 때문에 표를 많이 잃었다고 본다. 차갑고 근엄한 인상인데다 목소리까지도 대중들이 다가서기 어려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기로 이회창 전 총재는 웃을 때도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 듯 싶었다.

    사람은 이를 드러내고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친근감을 느낀다. 그냥 윗니만 드러내고 웃는 모습을 보여주면 마치 억지로 웃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정리해보면 이회창 전 총재의 웃는 모습도 내가 볼 때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홍씨는 이회창 전 총재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대표적 인물이다. 그리고 개그맨 이경규에게서도 배워야 한다. 개그맨 이경규는 60년생이다. 홍씨가 54년생이니 6년 차이다. 그러니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경규와 홍준표

    이경규에게 배우라니?

    ‘엘리트 검사’ 홍씨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물론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인간의 가치를 학력같은 것으로 따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보수적인 이들이 볼 때는 개그맨 이경규에게 홍씨가 무엇을 배워야 하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쉽게 말하면 개그맨 이경규는 남녀노소 거의 모두가 좋아한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왜 이경규(이하 이씨)를 좋아할까.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씨는 어떤가. 내가 볼 때는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능력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 언론지상에 노출된 홍씨의 모습을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물론 홍씨는 가능성은 있다. 홍씨 홈페이지에 가보면 홍씨의 큰 사진이 네티즌들을 맞는다. 내가 볼 때 이 사진 배치도 아주 잘 되었다. 동영상 화면에 스쳐 지나가는 사진들도 비교적 잘 선별되었다. 특히 더군다나 ‘홍준표’라는 이름의 ‘홍’자와 축구응원단 붉은악마의 휘장을 같이 배치한 사진은 뛰어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흠을 찾자면 ‘홍’자와 붉은 악마 휘장을 같이 배치한 사진에 홍씨의 복장이 좀 경직되어 보이는 양복 차림이라는 점, 헤어스타일이 좀 촌스러워 보인다는 점이 단점이다. 어차피 네티즌들 가운데는 40대 미만의 젊은이들이 많고 2006년 월드컵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아예 붉은 악마 유니폼 같은 것을 입고 젊은이들과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거나 붉은 악마 유니폼을 입은 귀여운 어린이를 안고 찍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광고의 주요 3요소에는 ‘3B’가 있다. BEAST, BEAUTY, BABY가 그것이다. 즉, 애완동물-미인-어린이(아기)가 그것이다. 지난 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는 어린이를 안고 사진을 찍어 자신의 경직된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큰 효과를 보았다. 어린이를 안은 사진과 함께 ‘나는 보통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제법 많은 이들에게 먹혔다.

    선거 교과서에서 실패한 선거 전략의 주요 사례로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87년 대선에서의 김영삼 후보 전략이다. 당시 김영삼 후보는 백발의 머리로 ‘군정종식’이란 구호를 들고 나왔는데 이런 구호는 당시 87년 6월 항쟁 이후 안정 속의 변화를 원하던 대중의 생리와는 좀 동떨어져 있었다고 지적된다. 한마디로 김영삼 후보 측에서는 시대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홍씨 전략의 문제점

    그러나 홍씨의 전략에도 문제점은 있다. 홍씨 홈페이지에는 ‘세계 특별시 서울’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 슬로건은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슬로건으로서는 거리가 멀다. 아마 대중들은 이 슬로건 보다는 ‘아파트 반값’ 같은 당장 몸에 와닿는 주장에 호응할 것이다.

    홍씨 웹사이트에서도 내세운 공약과 정책 가운데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중요한 역점 사항인지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아파트 반값’ 정책이 따로 정리되어 있었지만 이것은 곧 대중들이 식상해 할 것이 분명하다. 시급히 다음 카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또 내가 홍씨 캠프에 아쉬운 점은 홍씨가 ‘운동’하는 모습이 웹사이트에 없다는 것이다. 홍씨가 운동하는 모습은 홍씨의 약점을 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홍씨의 약점이란 앞서 말한대로 대중들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모습, 차가움, 근엄함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홍씨가 좀 안 좋게 이야기하면 약간 신경질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법조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다. 즉, 좁은 방안에서 책과 씨름하다 출세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성격도 폐쇄적일 수 있고 거만할 수도 있다는 식의 선입견이 있는 것이다.

    내가 볼 때 홍씨는 이런 선입견의 피해를 보기 딱 알맞다. 지금도 홍씨 캠프에서는 그런 점에 특별히 대비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홍씨 캠프에서는 운동하는 사진을 넣어서 홍씨의 힘찬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부시 대통령 선거전의 사례이다. 부시 대통령은 강에서 강한 물줄기와 맞부딛치며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넣어 나름대로 강인한 면이 있음을 강조하려 애썼다.

    그리고 홍씨의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사이트 이름으로 ‘동대문의 꿈, 한국의 희망’이라는 문구가 뜨는데 이 문구는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한국의 희망’과 같은 문구가 너무 상투적이면서도 자신을 과시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