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사변 당시 납북된 인사들의 가족 모임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김미일, 이하 납북인사가족협)’가 17일 정부를 상대로 “6.25전쟁 납북자에 대한 실태 파악과 생사확인 작업을 게을리 해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정신적·물리적 피해를 받았다”며 2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북으로 송환된 비전향장기수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거액의 피해보상을 요구해 논란이 됐고 '맞대응' 성격으로 납북자 출신 인사들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한 적이 있지만 이번 납북인사가족협의 소송은  책임을 정부당국에 묻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6.25사변 이후 납북자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낸 사례는 있지만 전쟁 중 납북된 이들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배소를 낸 것은 처음이다.

    납북자인사가족협은 이날 “우리는 지난 55년간 정부가 6.25 납북자의 생사확인이라도 해주기를 고대해왔다. 하지만 현 정부는 아직까지 이행을 회피하고 있어 남은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이 크다”며 “6.25 전쟁시 납북된 이들 중에는 공무원으로서 정부를 위해 일하다 납북된 이들이 많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그 어떤 파악이나 조치를 취한 바 없으며 지원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당시 피랍된 공무원들을 국가 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며 “정부가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는 것은 광주민주화 항쟁 등 다른 입법행태와 비교해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납북자인사가족협은 "최근 북으로 송환된 비전향장기수들이 어처구니없게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엄청난 액수의 배상을 요구했다"고 개탄하면서 "전쟁 당시 북한은 사전에 작성해 놓은 남한 저명인사들의 명단을 가지고 남한 좌익들의 협조를 얻어 납북 대상자들을 색출해 납북했다. 과거 정부는 자국민인 전쟁 납북자의 송환 노력은 커녕 남은 가족들에게 연좌제를 적용했다. 언제까지 정부는 우리의 애타는 호소와 요구를 외면할 것이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들은 “우리는 그동안 남북 대치관계와 연좌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침묵을 강요당했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남북 화해와 통일의 방해자'로 침묵을 강요당했다”며 “1952년 당시 정부는 8만2959명의 ‘6.25 사변 피납치자명부’를 작성해 그 존재라도 인정했지만 2000년 이후 정부는 '6.25 납북자의 명단도 없다'며 한사코 이들의 존재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전쟁 당시 납북자의 기록이 없다고 밝혀왔지만  납북자인사가족협은 1952년에 작성된 피납치자명부를 2002년 찾아내 정부에 전달했었다.

    특히 납북자인사가족협은 “납북자 가족은 이산가족 찾기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에 당시 헤어진 장소와 최종거주지를 기록할 때 모두 남한내의 주소로 되어있기에 북한이 이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정부는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에서 6.25 전쟁 납북자도 상봉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경우는 이들 납북자가 북한에 적응하고 인정을 받은 극소수라서 가능했던 일이다. 남한에서 신청해 생사 확인이 되거나 상봉을 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러한 정부의 주장은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장으로 주객이 전도된 허구”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정부가 전쟁 당시 우익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거창사건’과 ‘노근리사건’등 양민 학살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특별법도 제정하면서 6.25 전쟁 당시 나라에 충성하다 납북된 공무원들과 민간인에 대한 특별법의 제정은 하지 않고 있다며 개탄했다.

    납북인사가족협 이미일 이사장은 18일 뉴데일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는 전쟁 당시 납북자들에 대한 실태 확인을 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며 “우리는 너무 소외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2000년도부터 실태 조사에 나서는 등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