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장성택 처형이 노동당 행정부 산하 '54부'와 관련된 이권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이 기관의 역할과 위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성택이 이권에 개입해 타 기관의 불만이 고조됐고, (이와 관련한) 비리 보고가 김정은에게 돼서 장성택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당 행정부 산하 54부를 중심으로 알짜 사업의 이권에 개입했는데, 주로 이는 석탄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54부는 1980년 출범한 군부의 대표적 외화벌이 기구인 매봉무역총회사 산하 기관 중 하나로 시작했다.

    당시 매봉무역총회사 산하에는 51부, 52부, 53부 등 여러 무역기관이 존재했고 그 중 54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일 체제가 출범한 1990년대 후반 매봉무역총회사 여러 기관 중 월등하게 성과가 탁월한 54부는 강성무역총회사로 독립했다.

    특히 이 54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현철해 당시 군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 리명수 작전국장 등 북한 군부 실세들이 운영에 참여하면서 위상을 키워나갔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지고 회복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2010년께 54부는 국방위원회 산하 기구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름만 있던 국방위원회가 상설조직을 갖추고 세력을 키우면서 54부가 국방위 산하 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2010년 6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된 장성택이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기구인 54부를 국방위 산하로 옮겨 자신이 관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장성택이 자신이 수장으로 있던 노동당 행정부의 외화벌이 기구와 54부를 사실상 통합해 운용하면서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54부는 오랜 전통을 가진 외화벌이기구로 중국에 거래 파트너도 탄탄해 좋은 실적을 가졌던 만큼 장성택이 이를 행정부 외화벌이기관과 사실상 통합해 운영했을 것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가 판결문에서 "부서와 산하 단위의 기구를 대대적으로 늘이면서 나라의 전반사업을 걷어쥐고 성, 중앙기관들에 깊숙이 손을 뻗치려고 책동했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지난 9월 말∼10월 초에는 황해남도 룡연군에 있는 54부 산하 외화벌이사업소에서 장성택 세력과 4군단 군인들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다수 사상자가 생겼는데 이 사업소는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지난달 말 처형된 장수길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길이 노동당 행정부의 부부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는 장성택의 후광으로 54부가 운영해온 이 사업소의 관리를 도맡게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판결문에서 "제놈(장성택)이 있던 부서를 그 누구도 다치지 못하는 소왕국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인사 전횡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