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부터 2호선 용답역과 3호선 옥수역, 4호선 사당역 등에서 실증작업 진행정작 시범사업인 우이신설선 태그리스 이용률 0.10% … 첫해보다 이용률 84% 급감환승할인 불가, 아이폰 사용자, 명확하지 않은 비용 절감 효과 등 문제점으로 지적
  • ▲ 서울 강남구 강남역. ⓒ뉴데일리DB
    ▲ 서울 강남구 강남역. ⓒ뉴데일리DB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비접촉 결제(Tagless)' 시스템이 도입된다. 시민 편의를 높이고 개찰구 혼잡도를 줄이겠다는 취진데, 정작 시범사업 결과에서는 이용률이 0.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위치정보 기술을 활용해 태그리스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2호선 용답역과 3호선 옥수역, 4호선 사당역 등에서 실증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효한 승·하차 인식, 1초 이내 처리 속도 등 현장에서의 기술 검증을 마친 뒤 통신사 기지국을 활용한 기술 고도화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태그리스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앞으로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각종 카드나 휴대전화를 접촉하지 않아도 돼 편의성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양손 가득 짐을 들거나 유모차, 아이를 안고 있는 부모 등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젖는다. 시범사업으로 태그리스 시스템이 도입된 우이신설선 등의 이용률이 크게 저조하기 때문이다. 개발 업체가 다른 까닭에 발생하는 호환성 문제를 비롯해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설익은 정책'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이경숙 서울시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이신설선 태그리스 이용률은 현재 0.10% 안팎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6일부터 지하철 우이신설선 12개 역사 13개 통로에 태그리스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9월 3076건(0.13%)에서 올해 1월 기준 479건(0.00%)으로 이용률이 84%나 감소했다. 초기에만 반짝했을 뿐, 불편함을 느낀 시민들이 다시금 '태그'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다.

    태그리스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광역버스도 지난해 월평균 이용률은 0.20% 수준에 그쳤다. 2023년 3월 3만3930건이었던 이용건수는 그해 12월 2만5049건으로 줄었다.

    이용률 저조의 가장 큰 문제는 '호환성'이 꼽힌다. 우이신설선은 티머니가, 경기도 광역버스는 로카모빌리티가 개발한 태그리스 앱을 사용한다. 두 앱간 호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을 받을 수 없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1호선 시청역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DB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1호선 시청역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충전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DB
    현재 기후동행카드 상황과 마찬가지로 신분당선 등 특정 구간을 이용하기 위해선 기존의 교통카드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명백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단일 생활권인 서울과 경기도에서 이같은 호환성 문제는 시급한 해결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역시나 애플사의 아이폰 사용자는 태그리스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국갤럽이 공개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 65%는 애플 아이폰을 쓴다고 대답했다.

    현재의 태그리스 앱은 삼성 갤럭시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층은 아이폰 사용으로 인해 태그리스에 대한 기대효과가 낮고, 노년층은 무임승차라는 이유로 사실상 태그리스에 대한 갈증은 낮다는 분석이다.

    비용 절감 효과도 애매하다. 경기도는 태그리스 1대당 60만원 씩 총 16억 원의 예산을 들였고, 우이신설선은 티머니에서 1대당 800만 원을 들여 설치했다.

    태그리스 설치로 분당 50명의 승객 통과와 역사 건설비·유지관리 절감효과를 예상했으나, 기존 단말기 태그 방식으로도 분당 42명의 승객이 통과할 수 있고, 기존 역사에 태그리스를 교체했을 때 절감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대책이 미비한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경숙 서울시의원은 "장애인분들도 태그리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범사업 때 보니 지하철에 점자 유도선이 잘 연결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분들이 특히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범사업 때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해 예산 낭비가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지금의 기술력으로도 수도권 환승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태그리스는 현재의 실물카드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서울~경기도 환승은 기술적인 사안이 아니고 정책적인 부분"이라며 "수도권 13개의 운송회사들이 서로의 카드 데이터를 자사에 등록만 시켜주면 되는 간단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태그리스의 개념은 결국 하나의 신규 고통카드와 같다"며 "지하철 1~8호선 태그리스 실증사업 이후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확대 시행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