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재외동포청·아동권리보장원 협업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 결정적 역할5살 때 집 나갔다 실종…미국으로 입양돼 생활가족 찾으려 끝없는 노력…친형·모친 극적 상봉
  • ▲ 5살 때 실종돼 미국 입양된 박동수(45)씨가 40년만인 18일 어머니 이애연(81)씨, 형 박진수(59)씨 등과 화상으로 상봉했다. ⓒ제주경찰청
    ▲ 5살 때 실종돼 미국 입양된 박동수(45)씨가 40년만인 18일 어머니 이애연(81)씨, 형 박진수(59)씨 등과 화상으로 상봉했다. ⓒ제주경찰청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른 해외입양인들도 나처럼 오랜 염원을 이룰 기회를 얻으면 좋겠다"

    어머니를 찾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박동수(실종 당시 5살, 45)씨가 40년 만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상봉은 오랜 관심과 기억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경찰청은 재외동포청·아동권리보장원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시행 중인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를 통해 40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박씨와 그의 모친 이애연(83)씨 가족이 18일 극적으로 상봉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미국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1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헤어진 가족을 찾고자 입양기관을 방문했으나 확인한 입양기록에는 가족 찾기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없었고 결국 미국으로 귀국했다.

    이후 11년 뒤인 2012년 박씨는 재입국해 계명대 어학당을 다니던 중, 유전자검사를 통한 가족 찾기에 희망을 품고 담당 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를 채취했다. 그러나 당시 일치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채 2016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가족을 찾고 싶어하는 것은 박씨 뿐만이 아니었다. 박씨의 친형인 박진수 씨도 2021년 10월께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며 실종 신고를 했고, 모친 이애연 씨의 DNA를 채취했다.

    이들의 노력은 2022년 8월 "박씨와 이씨가 친자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이 나오며 결실을 맺는 듯 했다. 하지만 당시 박씨는 미국에 거주했고, 2012년 계명대 어학당 재학 시 사용했던 전자메일 주소 외에 남은 연락처가 없어 소재를 알 수 없었다.

    이에 제주경찰청은 미제수사팀으로 사건을 이관해 집중 수사를 벌였고 결국 박씨의 미국 내 과거 거주지를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청은 주 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협조해 박씨의 최종소재지를 파악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감정 결과에 따라 올해 2월 이씨의 친자임을 최종 확인했다.
  • ▲ 5살 때 실종돼 미국 입양된 박동수(45)씨가 40년만인 18일 어머니 이애연(81)씨, 형 박진수(59)씨 등과 화상으로 상봉했다. ⓒ제주경찰청
    ▲ 5살 때 실종돼 미국 입양된 박동수(45)씨가 40년만인 18일 어머니 이애연(81)씨, 형 박진수(59)씨 등과 화상으로 상봉했다. ⓒ제주경찰청
    경찰청은 박씨와 가족들의 상봉을 주선해 일정과 장소·방식 등을 조율했다. 상봉식은 당장 입국이 곤란한 박씨가 화상으로라도 먼저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모친 이씨가 입소한 요양 시설에서 화상으로 진행됐다.

    박씨는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신 경찰, 영사관, 아동권리보장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지금도 한국의 유전자 검사제도를 모르는 해외입양인들이 많은데, 나의 사례를 널리 알려 유전자검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친형 박진수 씨도 "하루빨리 동생을 찾을 수 있게 해달라며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검사 제도 덕분에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라며 "아직 찾지 못한 여동생(박진미)도 찾을 수 있도록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사례가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며 "경찰은 장기실종아동 발견을 위해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제도'를 통해 해외 입양인과 한국의 가족이 상봉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외교부와 보건복지부가 합동으로 진행하는 이 제도는 34개 재외공관을 통해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를 채취한 뒤 한국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