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홉 명이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아홉 명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열 번쨰 사람의 의무입니다. 누구의 생각이 더 이스라엘을 위한 것인지, 누구의 계획이 한 명의 유대인이라도 더 살려낼 것인지 그것이 제일 우선입니다"

    국가정보원 대공수사처장을 지낸 장석광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이 2015년 퇴직 후 언론에 기고한 칼럼 72개를 모아 최근 신간 '스파이 내전'을 냈다.

    △스파이 월드 △남산의 부장들 △주사파와 생계형 스파이 △스파이와 계급 △검사와 외교관 그리고 스파이 등 5부로 구성된 이 책이 소개하는 첫 에피소드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국정원의 합동회의다. 언론에 '스파이 세계'를 연재하는 그를 위해 옛 국정원 동료들이 풀어놓은 에피소드다.

    동료는 "한 몸처럼 의견을 전개하는 한국 팀에 비해 모사드는 시끄러웠다. 오합지졸이 따로 없어 보였다. 50대 팀장과 30대 팀원들의 의견이 달랐고, 선임과 후임이 충돌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결국 목표의 강점과 약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가 함께 제기됐고 모사드의 모든 대응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는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에서 정보기관 개혁을 이야기할라치면 입 달린 사람치고 모사드를 거론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모사드급 국정원'은 말이나 글로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국정원을 존재하지 않는 조직으로 만들어라", "국정원 내 엘리트 암살 조직을 만들어라" 등 '모사드급 국정원'을 만들기 위한 8가지 비법을 제언한다.

    저자는 "싸움은 잘 먹고 잘 입고 잘 산다고, 경제가 발전한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 좋은 제도, 이 좋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상적 변화, 북한에 맞는 전략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북한에 맞는 전략으로 북한과 대적해야 북한을 이길 수 있다. 평화나 통일은 희망한다고 바란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저자는 정신력 면에서 정찰총국(북한 정보기관)이 국정원(한국 정보기관)보다 더 낫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찰총국의 가장 큰 성과는 지금도 한 주일에 한 번씩 이메일로 남한 정보가 넘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에서는 그것을 해독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대남공작 요원들이 쫙 깔려 있다"는 그의 일갈은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현재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주사파 간첩 출신인 민경우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26년 전 수사관과 간첩으로 만난 저자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추천사에서 "우리는 나라를 사랑하고 사회가 잘되기를 바라는 공통의 신념을 공유하고 그에 대해 나는 장석광 선생께 빚을 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저자인 장석광 박사는 국정원에서 28년 근무했다. 재직 중 'FBI National Academy'에서 공부했고, 국가정보대학원 교수와 수사처장을 지냈다. 퇴직 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연구실장, 21세기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원,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원,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고, 2020년 2월 광운대에서 '북한이탈주민 금융사기범죄 피해자 특성에 관한 연구'로 범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최덕근 영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대표, '대한민국 구 국혼 선양회' 이사, '한국-유엔사친선협회(KUFA)' 전문위원, '국가정보연구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민간 정보회사 'JK 포렌식 인텔리전스(JK FORENSIC INTELLIGENCE)'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