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용산정비창 개발…오 시장, 서부이촌동까지 묶어 마스터플랜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무산…민간 주도 개발 한계코레일·SH공사 등 공공 주도로 개발…성공 가능성 높아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설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 현장에서 모형을 살펴보며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설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 현장에서 모형을 살펴보며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부활시켰다. 

    서울 용산에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 빌딩과 함께 세계 최초로 45층 건물을 잇는 1.1㎞의 스카이트레일(보행전망교)을 설치하는 등 뉴욕 최대 복합개발지인 허드슨야드의 4.4배 규모인 세계 최대 규모 수직도시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가 최근 야심차게 발표한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 개발 프로젝트는 2001년 지구단위계획 지정 이후 20년이 넘도록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전히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오 시장이 과거 재임기간 실패 경험을 교훈삼아 이 개발사업을 성공시킬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1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이 같은 내용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 기반시설을 착공해 2030년대 초반 입주를 시작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개발계획은 서울시와 사업시행(예정)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함께 마련했다. 과거 민간 주도의 개발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공공기관 주도로 개발해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개발이익은 공공 배분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세 가지 구역으로 나눠 국제업무존(8만8557㎡)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올려 최대 용적률 1700%까지 부여해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업무복합존(10만4905㎡)과 업무지원존(9만5239㎡)은 일반상업지역 등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해 전체 사업지구 평균 용적률이 900% 수준이 되게 했다. 공간 전체를 입체적으로 활용해 사업부지 면적(49.5만㎡)과 맞먹는50만㎡ 수준의 녹지를 확보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특히 업무복합존 건축물 고층부(45층)에 스카이트레일을 도입하고 국제업무존 랜드마크 최고층(100층)에는 전망대·공중정원 등을 조성한다. 국제업무존 저층부에는 콘서트홀·아트뮤지엄·복합문화도서관 등으로 구성된 서울아트밴드(가칭)를 계획했다.

    올해 상반기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고시를 끝내고 내년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2028년까지 기반 시설 조성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이 완료되면 14만6000명의 고용 창출과 32조6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제 비즈니스 허브이자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상을 담아낼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구도심 대규모 융복합 및 고밀 개발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도록 모든 행정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서울시
    ▲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라는 표현이 처음 거론된 시기는 2001년 7월이다. 당시 서울시가 국유지였던 용산정비창 부지를 대규모 개발을 위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면서다.

    이어 2006년 건설교통부는 4조5000억원 규모의 코레일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용산정비창 부지를 개발해 역세권에 초고층 건물을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건설교통부 발표 이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일대와 서부이촌동까지 묶어 개발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을 내놨다.

    용산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의 56만6800㎡를 업무, 상업, 주거가 복합된 국제업무지구로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31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고 불렸다. 2007년 삼성물산 등 30개 기업이 출자한 '드림허브' 프로젝트 금융투자 주식회사(PFV)가 용산 개발의 민간 시행사로 선정되면서 구체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계획이 흔들렸다. 2013년 드림허브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고(故)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새 시행사를 구하지 못하고 용산국제업무지구 해제를 결정했다. 드림허브에 참여했던 30개 기업과 코레일은 사업 무산의 책임을 두고 소송전을 벌였다.

    2018년에는 박 시장이 용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가 집값 급등 조짐에 바로 보류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20년 용산정비창 부지에 공공임대주택 등 주택 1만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무산됐다.

    서울시는 과거 실패 요인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용산정비창 개발계획에 보완책을 담았다. 일단 서부이촌동 부지가 빠져 별도 보상계획이 필요없고 민간 업체가 사업을 맡으면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경험도 이번 개발안에 반영됐다.

    코레일과 SH공사 등 공공이 약 5조원의 재원을 투입해 부지 기반시설과 녹지 등 인프라를 미리 구축한 뒤 구역을 나눠 민간에 매각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부지를 현물출자하고 SH공사는 공사채를 발행해 2조원의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개발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산국가공원과 KTX 등 고속철도 플랫폼, 한강수변공간, 대통령실 등이 입지한 용산지역은 서울의 새로운 중심"이라며 "특별법이 통과된 데다 빌딩과 녹지를 혼합하고 주요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콘셉트도 도시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