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만에 26만 장 팔리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불만도 쇄도신분당선과 경기·인천 빠져 반쪽짜리 전락지자체별 자체 교통카드 내놓으며 각자도생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 1호선 시청역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고 있다.ⓒ서성진 뉴데일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 1호선 시청역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고 있다.ⓒ서성진 뉴데일리 기자
    서울 시내 대중교통을 월 6만 원대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가 도입 초기 시민들에게 각광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판매 시작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26만 장을 돌파하는 등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 중인 시민들 중에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잖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와 인천지역 시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생활권인 경기·인천과 통합하지 않는 한 기후동행카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판매를 시작한 기후동행카드는 사업 개시 첫 평일인 29일까지 모바일 9만7009장, 실물카드 16만6307장 등 총 26만3000장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9일에는 약 14만2000명이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해 버스·지하철·따릉이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 건수는 총 47만 건으로 지하철 22만 건, 버스 25만 건이다.

    당초 실물카드 20만 장(예비 10만 장 포함)을 준비한 서울시는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15만 장 추가 생산에 돌입했다. 추가 실물카드는 다음달 7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기후동행카드는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으로, 서울지하철과 심야버스는 물론,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따릉이 이용 여부에 따라 6만2000원권과 6만5000원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고물가 시대에 시민들의 교통비를 아끼고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어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 추가 요금이나 이용 횟수에 제한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실제로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한 일부 시민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신용카드와 연계된 교통카드를 대부분 사용했기 때문에 기후동행카드 이용 절차가 다소 번거롭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우선 편의점 등에서 3000원을 주고 실물카드를 구매한 후 티머니 홈페이지에 로그인해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그런 다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찾아 지하철 역사에 있는 무인충전기에서 실물카드를 충전하면 된다.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사용자라면 기후동행카드를 모바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 모바일은 티머니 앱에서 발급받으면 된다. 충전 방식은 실물카드와 동일하게 현금결제(자동이체)만 가능하다. 아직 아이폰은 모바일 이용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신분당선이나 서울지역 외 지하철, 광역·공항버스, 타 지역 면허 버스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예컨대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승차 후 수원역에서 하차하면, 수원역에서는 별도 요금이 징수된다. 이 경우 역무원을 불러 계산해야 한다.

    직장인 이모 씨는 "평일에 출근할 때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월 6만5000원 수준이어서 신용카드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깜빡하고 하차 태그를 안 하는 경우 24시간 동안 사용 정지가 된다니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 1호선 시청역에서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하고 있다.ⓒ서성진 뉴데일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9일 오전 서울 중구 1호선 시청역에서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하고 있다.ⓒ서성진 뉴데일리 기자
    무엇보다 가장 큰 혼선은 서울지역 외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대부분 비교적 집값이 저렴한 경기·인천지역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서울시는 예외적으로 김포골드라인 전 구간(양촌∼김포공항역), 진접선 전 구간(별내별가람∼진접역), 5호선 하남 구간(미사∼하남검단산역), 7호선 인천 구간(석남∼까치울역)에서 하차는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기후동행카드로 승차는 불가능하다.

    즉, 이 지역 사람들은 기후동행카드를 만들고도 출근할 때는 사용하지 못하고 퇴근할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경기·인천과 협의해 기후동행카드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해 기후동행카드 출시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경기도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반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오는 5월에는 국토교통부의 '​K-패스'​, 경기도의 '​The경기패스'​, 인천시의 '​I-패스'​가 출시된다. 지자체마다 다른 방식의 교통카드를 출시하니 통합은 어려워 보인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도권 주민 모두에게 편익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기·인천의 참여가 필요해 보이지만 서로 견해차가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지자체장이 여야로 나뉘다 보니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