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법' 국회 통과… 개 도살·살육 처벌 본격화찬반 갈등 여전... 시민의식 고취와 동참 확대가 숙제 민생특별사법경찰단 "적극 수사 방침... 시민 협조 필요"
  • ▲ 지난해 11월 30일 대한육견협회가 '개 식용 금지법' 반대 집회 후 정부세종청사 앞 도로변에 유기한 개들. ⓒ동물권행동 카라
    ▲ 지난해 11월 30일 대한육견협회가 '개 식용 금지법' 반대 집회 후 정부세종청사 앞 도로변에 유기한 개들. ⓒ동물권행동 카라
    이른바 '개 식용 금지법(개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식용을 위한 개 사육과 도살 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 시행에 따른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과연 현장에서 실효적인 단속과 처벌이 가능할지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개 식용을 둘러싼 찬반 양측의 대립이 사회 갈등을 초래할 소지도 남아 있어 사회 전반에 걸친 의식 확대와 공감대 형성이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 식용 금지법(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업계의 전업·폐업 등 준비기간을 고려해 3년간 처벌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금지법 고시를 다음달 2일까지 행정예고하고 10일 동안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고시 제정안을 확정, 시행할 방침이다.

    한정애의원실 관계자는 "'개 식용 금지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개를 도살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며 "다만 따로 법 적용이 이뤄진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당 법 규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가운데 동물보호단체 등 찬성론자들은 새로운 법의 제정으로 개 도살·살육에 따른 처벌이 본격화해 불법행위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정애의원실 관계자는 "경찰과 지자체 모두 단속과 처벌이 가능하다"며 "불법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강력한 단속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 통과 이후 찬반론자들 간의 갈등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5일 경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동물보호활동가 A씨가 운영하는 펫숍 앞에서 핏물이 가득한 개 추정 사체가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를 벌여 용의자 B씨를 붙잡았지만 B씨는 "개고기가 아닌 노루고기"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A씨는 "개 식용 반대운동을 하면서 업자들과 마찰이 있었는데 보복성으로 사체를 둔 것이 확실하다"며 B씨가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현재 DNA 감식이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보복범죄 여부와 관련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앞서 지난해 11월30일 대한육견협회는 개 식용 종식 반대 시위를 벌이며 개 100여 마리를 시위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당시 정부세종청사의 도로변에 11마리의 개를 뜰망채로 유기했다. 

    당시 육견협회 측은 "다시 개들을 돌려받겠다"며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세종시동물보호소는 "(육견협회가) 개들을 데려가면 고문 사육과 도살이 이어질 것"이라며 유기된 개들을 살려 달라고 정부와 세종시에 도움을 호소했다. 결국 유기견 11마리는 현재 동물보호단체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태다.

    당국 "적극적인 단속 펼칠 것"... 시민 협조 당부

    이 같은 갈등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개 식용 문제를 한 번에 근절한다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며 개 식용 금지법이 하루빨리 정착하기 위해서는 개 식용을 중단하려는 의식 확대와 시민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 식용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순간에 생업을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인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절한 지원과 타협책 마련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일인 만큼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나온다면 개 식용 금지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은 적극적인 현장 단속으로 조속히 불법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은기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장도 "처벌유예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며 "불법 근절을 위해 현장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단장은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

    경기도 민생특별사법경찰단은 2022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동물학대방지팀'을 신설한 바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도내 개 사육시설과 반려동물 관련 영업을 하는 시설 581개소를 단속 또는 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