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오스카시상식 노미네이트 쾌거셀린 송 감독, 데뷔작으로 '오스카' 입성영화 '미나리'처럼 '자전적 이야기' 그려
  •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Celine Song·송하영)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가 영화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아카데미시상식(Academy Awards, OSCAR)' 주요 부문 후보로 올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셀린 송 감독은 영화 '넘버3(1997)'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아카데미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AMPAS)'는 현지시각으로 23일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패스트 라이브즈'를 선정하고,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셀린 송 감독을 각본상 후보로 지명했다.

    셀린 송 감독은 데뷔작으로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감독들과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 수상을 놓고 자웅을 겨루는 영예를 안게 됐다.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은 오는 3월 10일 미국 LA 돌비극장(Dolby Theatre)에서 열린다.

    역대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중 감독 및 작가로서 장편 데뷔작품이 작품상과 각본상에 공동으로 노미네이트 된 건 셀린 송 감독이 네 번째다.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서는 첫 번째 기록.

    한국계 또는 한국인 감독의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최종 후보에 오른 건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 2021년 리 아이작 정(Lee Isaac Chung·정이삭) 감독의 '미나리(Minari)' 이후 세 번째다.

    특히 '패스트 라이브즈'는 2020~2021년 전 세계 영화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미나리'와 닮은 점이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미나리'는 재미교포 2세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당시 아카데미시상식을 비롯해 '영국 아카데미시상식(British Academy Film Awards, BAFTA)', '미국배우조합시상식(Screen Actors Guild Awards)' 등 미국와 영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윤여정)을 휩쓸어 전 세계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패스트 라이브즈' 역시 한국계 캐나다인인 셀린 송 감독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직접 각본을 써서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한국에서 촬영됐고, '미나리'처럼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로 이뤄져 '한국 영화'라고 해도 무방한 작품이다.

    지난해 1월 '제39회 선댄스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같은 해 2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경쟁 부문에 초청된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33회 고담어워즈(The Gotham Awards)'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지난 6일 열린 '제58회 전미비평가협회상(National Board of Review Awards)'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지난 7일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시상식(Golden Globe Awards)'에선 영화·드라마 5개 부문(작품상·감독상·각본상·비영어권영화상·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했다. 내달 18일 열리는 제77회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는 남우주연상·외국어영화상·각본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셀린 송 감독은 뉴욕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만재도 해녀들의 이야기와 이민 1.5세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연극 '엔들링스(Endlings)'를 무대에 올려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면서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감독으로부터 "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장편 데뷔작, 정교하고 섬세하며 강렬하다"는 압도적인 찬사를 받기도 했다.

    생애 첫 연출작으로 아카데미에 입성한 셀린 송 감독은 "영화를 알아봐 준 아카데미에 감사하다. 믿기 어려운 영광이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과 감사함이 교차한다. 특히 첫 영화로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놀랍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놀라운 프로듀서들(크리스틴 바숑, 데이비드 히노조사, 파멜라 코플러), 그리고 이 영화를 위해 끊임없이 헌신하고 지지해준 A24와 CJ ENM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밝힌 셀린 송 감독은 "또한 놀라운 출연 배우들,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에게도 감사하다. 영화는 이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함께한 프로듀서와 제작진, 배우들을 언급했다.

    셀린 송 감독은 "영화에 담긴 '인연'이라는 개념은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에 존재함으로써 느끼는 기적적인 연결과 사랑의 감정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전생에서 공유한 수많은 생에 대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패스트 라이브즈'를 만들면서 제작진은 서로간 인연임을 깊이 느꼈다. 오늘의 소식으로 영화계의 동료들도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영화의 메시지 중 하나인 '인연'에 빗댄 소감을 전했다.

    아카데미시상식의 주요 부문 후보로 오른 글로벌 화제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국내에 개봉될 예정이다.

    다음은 셀린 송 감독의 소감(영어) 전문.

    Thank you so much to the Academy for this tremendous recognition — it’s such an unbelievable honor. I am overwhelmed with emotion and gratitude. And for my first film...crazy. Some of the experience working on a debut film is secretly questioning if you belong, if people will support your vision. It has been equal parts scary and rewarding to make this film and release it into the world. It is with immense gratitude to those who championed my vision that I now get to be among these giants o f screenwriting. Congratulations to my amazing producers – Christine, David and Pam – and A24 and CJ Entertainment for nurturing this film and working tirelessly for it. And thank you to our incredible cast – Greta, Teo and John, our film would not exist without you. There’s an Eastern concept in our film called In-Yun, which is the miraculous connection and love we have with each other just by being in the same place at the same time. It’s the result of thousands of lives we’ve shared before this one. Our entire filmmaking team felt this deeply while making Past Lives. Today’s news makes me feel like many of our filmmaking peers felt the same way. Thank you.

    [사진 및 자료 제공 = CJ ENM / 홀리가든]